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이민 문제를 언급하는 동안 살인 혐의를 받는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를 ‘불법 이민자’로 칭한 데 대해 깊은 후회를 보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과 관련해서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향해 “이스라엘에 해를 끼쳤다”고 비난하면서도 직접적 ‘레드라인’을 설정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공개된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나는 ‘불법(illegal)’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았어야 했다”며 ‘깊은 후회(remorse)’를 보였다고 NBC 방송이 보도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등록(undocumented)’ 이민자”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민자를 ‘해충’으로 비하하며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나는 이런 사람들을 무례하게 취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7일 국정연설 당시 조지아주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에 대해 언급하며 불법 이민자라고 표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중 상원에서 초당적으로 합의된 국경 안보 관련 법안 및 예산안의 통과를 촉구하던 중, “불법 이민자에 의해서, 맞다. 그런데 합법적 이민자(legal)에 의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해되는지 아느냐”고 말했다. 극우파인 마저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이 이민자에게 살해된 피해자 이름을 말하며 ‘불법 이민자’라고 외친 데 대한 대답이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안팎에서 반발이 제기됐고, 이민자 권리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소셜미디어 등을 중심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에 이민자의 권리 존중을 내세웠던 민주당 당원들 사이에선 정식 입국 절차 없이 입국한 이들을 불법 대신 ‘미등록’ 혹은 ‘미승인’이라는 표현을 썼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인 8일 비슷한 질문을 받았을 때 “글쎄, 난 아마도…”라고 말문을 연 뒤 “안 한다”고 답한 바 있다. 이처럼 입장이 바뀐 건 당 내외 반발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곧 시작되는 이슬람교 금식성월(라마단)을 앞두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의 휴전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그 지역에 머물고 있으며, 휴전이 성립되기를 원한다”며 “6주간의 대규모 포로 교환을 보고 싶다. 라마단 기간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남부 라파 공격이 미국과 관계를 더 긴장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정부를 직접적으로 제지할 대응책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을 방어할 권리는 여전히 중요하다”며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지지 후보 없음’ 투표가 속출하는 등 반발이 거센 데 대해서는 “유권자들의 분노를 비난하지 않겠다. 희생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