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정책공백 최소 한달…'연금개혁·전력계획' 골든타임 지나간다

■총선 앞두고 핵심현안 뒷전

연금특위 표심의식 졸속처리 우려

중대처벌법·고준위법도 폐기 수순

정부부처도 정책 추진 자제 양상

"선거철, 입법에 행정 종속" 지적

국회에서 지난달 29일 2월 임시국회가 열린 모습. 연합뉴스국회에서 지난달 29일 2월 임시국회가 열린 모습. 연합뉴스




대형마트가 휴일과 새벽 시간대에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의 문턱을 넘지 못해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계 e커머스의 국내 침공이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국내 유통 업체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에도 선거를 앞둔 야당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이유로 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폐기물 처리를 위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특별법도 이번 국회에서의 통과가 불투명하다.

국회의원 총선거를 30일 앞두고 ‘정책공백’이 최소한 한 달은 더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급한 법안 처리가 뒤로 밀리고 있는 데다 정부도 민심과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은 눈치만 살피면서 추진 시점을 재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선거철을 맞아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를 포함한 각종 민생 법안의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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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개혁 역시 졸속 개혁안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는 최근 연금 개혁안을 △보험료율 13% 및 소득대체율 50%(1안) △보험료율 12% 및 소득대체율 40%(2안) 등 두 가지로 압축했다. 현재 보험료율은 9%, 소득대체율은 40%다.

연금특위는 21대 국회 종료 전까지 관련 연금 개혁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그러나 그동안 전문가들이 보험료율을 최소 15%로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던 점을 고려하면 표심을 의식해 소극적인 개혁안을 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안의 경우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이 현행 2055년에서 2062년으로 7년, 2안은 2063년으로 8년 미뤄지는 데 그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연금 전문가는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여론의 부담이 컸던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정부 부처도 선거를 이유로 정책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 이르면 이달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을 수립해 원전 신설 같은 각종 전력 정책 뼈대를 수립하려고 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발표 시점이 밀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대선을 포함해 글로벌 통상 정책을 시급히 만들 필요가 있는 시점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같은 농심을 자극할 수 있는 정책도 다음 국회에서나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슈가 되고 있는 사과 수입만 해도 정부 일각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농민 민심을 자극하면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같은 각종 세제 현안도 22대 국회에서나 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선거철에 의원들에게 현안을 설득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며 “총선 결과를 보고 차기 국회에 어떻게 대응할지 준비하는 게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입법부의 동향에 행정 정책이 종속되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총선 결과에 따라 정책 일관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재정·세제 측면에서 정치권의 영향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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