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4·10 총선 공천 작업이 마무리 수순을 밟으면서 각 당이 선거 총력전을 위해 선거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본격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슬림 선대위, 신속한 선대위를 표방하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원톱’으로 세웠고 선대위원장만 20명 안팎에 달하는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당 대표, 이해찬 전 대표,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3톱 매머드’ 선대위를 띄우며 정권 심판론에 화력을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국민의힘은 12일 한 위원장을 총괄 선대위원장으로 하고 나경원(서울 동작을) 전 의원, 안철수(경기 분당갑) 의원, 원희룡(인천 계양을)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윤재옥 원내대표가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는 중앙선대위 진용을 발표했다. 총선 불출마로 선거 기간 운신의 폭이 넓어진 한 위원장이 전국 험지와 격전지를 집중 공략하고 공동 선대위원장들이 한 위원장의 발길이 미처 닿지 못한 곳을 채운다는 구상이다. 나 전 의원, 안 의원, 원 전 장관은 본인들이 출마한 각 권역에서, 윤 원내대표는 원내 지도부로서 선거를 지원한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한 위원장이 기본 ‘원톱’이고 나머지 네 분이 함께 보조를 맞춰가는 선대위 체제”라고 설명했다.
장 사무총장은 선거 캠페인 실무를 책임질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총괄본부장 산하에는 종합상황실·공보단 등을 설치해 선거 중 발생하는 이슈를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정치 신인인 한 위원장의 스타성이 높은 만큼 한 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우는 게 한 달도 남지 않은 선거 기간 동안 바람을 일으키기에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도 이날 서울 영등포 방문 일정 중 취재진을 만나 “저는 특히 지역을 많이 다니며 시민들을 많이 만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한 수도권 의원은 한 위원장을 국가대표 축구선수 손흥민에 비유하며 “손흥민이 뛰고 있는데 최전방 공격수를 여럿 배치해봐야 경기에 방해만 된다. 지금 한 위원장만큼 환영받는 사람이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대선과 달리 총선은 254개 선거구마다 특색과 구도가 다양한 만큼 한 위원장 개인에 기댄 선거 전략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이 대표, 이 전 대표, 김 전 총리 3인이 상임선대위원장을 맡는 선대위를 공식 출범시켰다. 그간 이 대표 혼자 담당해온 민주당의 공격수 역할을 이 전 대표와 김 전 총리가 분담하면서 정권 심판론의 화력을 더욱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총선에서 180석 대승을 이끈 이 전 대표의 경륜에 비주류의 목소리를 꾸준히 대변해온 김 전 총리의 확장성 이미지를 더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이 대표가 선거 기간 동안에도 유세와 재판을 병행해야 하는 만큼 체제를 통해 이 대표의 부담을 나누려는 계산도 담겼다.
선대위는 매머드급으로 구성됐다. 영입 인재인 공영운 전 현대차 사장, 황정아 박사,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자인 김용만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이사가 공동 선대위원장에 이름을 올렸고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홍익표 원내대표, 김건희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을 제기한 이소영 의원, 검찰 비판에 앞장서온 김용민 의원도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합류했다. 여기에 대국민 참여나 추천 방식으로 뽑을 국민참여위원장도 1~2명 선대위원장에 합류시킨다는 방침이다. 현재 7명인 최고위원들도 공동 선대위원장을 겸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선대위 명칭에 ‘정권 심판’을 담았을 정도로 대정부 공세에 초점을 맞췄지만 당장은 통합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전날까지도 비명(비이재명)계 박용진 의원이 경선에서 탈락하는 등 ‘비명횡사’ 공천이 이어지면서 당내 갈등 진화와 계파 통합이 무엇보다 우선적인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김 전 총리는 통합 필요성에 대해 “우리 모두 다 한 팀이 돼 정말 절박한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의 마음과 에너지를 한 곳에 모아 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또한 “지금은 농구로 말하면 ‘올코트 프레싱(전면 강압 수비)’하는 단계다. 자꾸 이전의 작전이 옳았느냐 등을 지적하면 안타깝다”면서 국면 전환의 필요성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