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의 최대 격전지인 ‘낙동강 벨트’. 그중에서도 부산 북구갑은 지난 네 번의 총선에서 여야가 두 번씩 승패를 주고 받을 정도로 치열한 접전이 펼쳐진 곳이다. 여야 모두 양보할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를 놓고 빅매치가 성사됐다. 이곳 현역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맞서 국민의힘은 부산시장 출신의 5선 중진 서병수 의원을 투입했다. 3선에 도전하는 전 의원은 이 지역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토박이다. 반면 지역구 탈환을 위해 차출된 서 의원은 해운대·기장갑에서 내리 4선을 한 뒤 부산진갑으로 자리를 옮겨 5선에 성공한 승부사다. 12일 서울경제신문이 찾은 부산 북구갑에서는 지역 ‘터줏대감’ 전 의원과 부산 내 ‘중진 중의 중진’ 서 의원의 맞대결을 놓고 팽팽한 접전 양상이 확인됐다.
북구의 최대 전통시장인 구포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전 의원에 대한 호감과 동시에 3선 도전에 대한 피로감을 동시에 나타냈다. 15년째 옷가게를 운영해온 박 모(42) 씨는 “서민 경제가 박살 난 지경에 그래도 전 의원은 시장에도 자주 오고 지역을 살리려고 애썼지예. 한 번 더 뽑아줄라 한다”고 말했다. 3대째 고추 가게를 운영중인 최동수(31) 씨는 “전 의원이 있는 동안 이곳의 경제가 괜찮은 편이었다”며 “부모님도 지지하고 있고 저도 따르는 편”이라고 전했다. 반면 20년가량 과일 장사를 해온 박현숙(63) 씨는 “전 의원이 못 한 건 없다”면서도 “오래 했으니 한 번 바꾸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 했다.
서 의원에 대해서는 부산시장 시절을 떠올리며 지지하는 목소리와 ‘철새 정치인’이라는 비판이 공존했다. 서 의원의 시장 유세에서 만난 한 40대 여성은 “뽑아주면 북구도 해운대처럼 멋지게 해줄 거냐”며 “밀어드리겠다”고 언급했다. 한 50대 남성은 “시장님이 어쩐 일로 오셨냐”며 “바꿔야겠다”고 지지를 표하기도 했다. 지난달 당의 요구를 받고 급히 북구에 캠프를 꾸린 서 의원을 겨냥해 “여기 사람이 아니다”라는 차가운 반응도 있었다. 덕천동 젊음의 거리에서 만난 40대 여성 최 모 씨는 “이곳 주민들을 꼼꼼히 챙기던 전 의원과 달리 서 의원은 남의 동네 사람 같다”고 평가했다.
인물 못지않게 정당 대결도 치열하다. 특히 민주당 공천 파동의 불똥이 후보로 튀는 모습도 감지됐다. 덕천동에서 만난 채유신(54) 씨는 “전재수가 잘하는 것은 북구 사람은 다 안다”면서도 “멀쩡히 잘하는 사람들을 공천 탈락시키는 것을 보고 전 의원한테 차라리 민주당 딱지를 떼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젊음의 거리에서 만난 60대 여성 손 모 씨는 “공천 잡음이 그리 많은데도 당 대표를 지키는 이재명을 보고 더 이상 민주당은 안 찍어줄 것”이라며 “서병수가 시장도 했고 암만 해도 안 낫겠나”고 전했다.
서 의원은 “전 의원이 지역을 위해 8년간 무엇을 했는가 비판이 있다”며 “북구를 교통 요충지로 발전시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이번 선거는 북구를 위한 일꾼이 필요하다는 ‘민심’ 대 서 의원이 의원을 한 번 더 하겠다는 ‘욕심’의 대결”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