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정주용 그래비티벤처스 부대표 “AC·VC 경계 사라진다…초기 투자 기업 IPO까지 책임져야”

벤처투자 집행 연속성 갖고 진행

프리IPO 프로젝트 펀드 만들어

국내 6개 신기사 협업체계 구축

말레이 국부펀드 공식 파트너십

"80개 기업 지원…아시아에 집중"

사진 설명사진 설명




“창업자보다 더 열심히 뛰는 투자사가 되는 게 저희의 지향점입니다”



정주용(사진) 그래비티벤처스(구 비전벤처파트너스) 부대표는 13일 서울 영등포구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래비티벤처스는 최근 사명을 변경하며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다.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춰 최적의 도움을 제공하는 ‘창업자 뒤의 창업자(entrepreneur behind entrepreneur)’를 지향하며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세계를 움직이는 중력(gravity)과 같이 스타트업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정 대표는 “그래비티벤처스의 가장 큰 특징은 초기 기업부터 상장을 앞둔 기업까지 연속성을 갖고 투자를 집행한다는 점”이라고 소개했다.

투자 업계는 초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엑셀러레이터, 시리즈 A~C를 집중하는 벤처캐피탈(VC), 상장 전후에 주력하는 신기술투자사 등 투자 단계별로 특화된 그룹이 존재한다. 그래비티벤처스처럼 극초기부터 상장후 단계까지 함께 하는 투자사는 극소수다. 그는 이러한 모델을 도입한 배경에 대해 “초기기업 투자는 투자금액이 크지 않아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규모 있는 수익을 거두기 쉽지 않다. 반면 후기기업은 이미 상당 부분 준비가 된 만큼 투자사가 사업에 개입할 부분이 적고 유의미한 지분율을 확보하기 어렵다”면서 “올 스테이지(all stage) 투자 전략은 이러한 단점을 동시에 극복하고, 무엇보다 창업가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비티벤처스의 운용 자산(AUM)은 신기술사업금융사(신기사) 등과 공동 운영(Co-GP)하는 펀드까지 합하면 약 1000억 원에 달한다. 엑셀러레이터 업계의 현주소를 고려하면 독보적인 규모라 할 수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10건 이상 투자한 이력이 있는 엑셀러레이터는 10여 개 수준으로 영세한 회사가 대부분이다. 50억 원 넘게 투자한 회사도 가장 많은 금액을 집행한 퓨처플레이를 비롯해 슈미트, 씨앤티테크, 블루포인트파트너스,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 더인벤셥랩, 엠와이소셜컴퍼니, 서울대학교기술지주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정 대표는 스타트업이 스케일업에 성공해 상장(IPO)에 도달하는 기간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한 지 3년 만에 상장하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초기 투자에 나선 엑셀러레이터가 상장 직전 단계는 물론 상장 이후에도 투자를 이어가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그래비티벤처스는 6개 신기사와 협업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그는 “국내 대표 6개 신기사와 파트너십을 이미 구축했다”면서 “초기 투자를 했던 회사의 기업가치가 500억 원을 넘어서면 프리 IPO 딜을 따내서 신기사와 프로젝트 펀드를 만든다. 상장 이후에는 전환사채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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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티벤처스는 엑셀러레이터 업계에서 가장 화려한 라인업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대표와 김샛별 공동 대표는 업계에서 익히 알려진 중국통이다. 정 대표는 과거 중국 신화캐피탈 시니어매니저로 활동하던 시기에 쌓은 50여 개의 중국 현지 투자기관 네트워크 등을 기반으로 인슐린 펌프 개발 업체인 이오플로우와 장기·피부 재생 플랫폼을 운영하는 로켓헬스케어 등의 중국 진출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베이징대 출신인 김 공동대표는 한국, 중국, 미국 등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크로스보더 딜 경험이 풍부하다.

전략이사(CSO)로는 스타트업과 경영권분쟁 전문 변호사인 류재언변호사가 창업 초기부터 합류하여 포트폴리오사들의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최근에는 김대홍 부사장과 김창한 파트너가 합류해 화제가 됐다. 금융 전문가인 김 부사장은 카카오페이증권 대표와 카카오페이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삼성전자 전무 출신인 김 파트너는 반도체 부문과 통신·가전 등 하이테크 산업 전반과 관련된 풍부한 글로벌 경험이 강점이다.

정 대표는 “1000억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려면 단순히 인력이 많은 것보다는 고급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정직원과 별도로 글로벌 대기업 임원 출신으로 구성된 자문단도 갖추는 등 피투자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데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정부와 업계의 최대 관심사인 글로벌 진출과 관련해서는 중동 지역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에서 급성장을 기대했던 기업들이 중동에서 매출 성과를 터뜨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중동은 혁신기술에 대한 투자·지출에 적극적이어서 기술력이 강점인 한국 스타트업이 진출하기에 적합하다"고 소개했다.

그래비티벤처스는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기 위한 별도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도 자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 신청 기업이 속한 산업에 따라 적합한 기업 및 투자사를 매칭해주는 게 핵심이다. 피투자사는 물론이고 일반 기업도 지원이 가능한다.

그는 “국내 최초로 말레이시아 국부 펀드와 공식적으로 파트너십을 맺었다”면서 “이미 약 80여개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초기에는 중국 지역을 중심으로 했다면 2022년 이후에는 동남아, 중동, 중남미, 일본까지 사업을 확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아시아권에 특히 집중할 계획”이라며 "동남아에서는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인도에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많은 분들이 10년 후 비전을 묻는데 회사의 비전을 커다란 운용규모, 높은 수익률과 같은 수치적인 부분에 두고 싶지는 않다”면서 “끊임없이 성숙하고 진화하는 모습 그 자체를 지향점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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