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업계가 지난해 5000억 원대 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업계의 실적이 적자로 돌아선 것은 2015년 이후 8년 만이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2014년까지 적자 행진을 이어가다 이후 줄곧 흑자를 내왔던 만큼 금융권에서는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고금리로 조달 비용 부담도 커졌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한 충당금 적립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이 결정적이었다. 저축은행의 지속 사업 가능성에 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업계 전반에 대한 소비자 신뢰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은 지난해 5000억 원 이상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 1조 5957억 원의 흑자를 기록한 지 불과 1년 만에 대규모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해 적자 대부분은 하반기 PF 충당금을 대거 쌓았기 때문에 발생했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저축은행 업계의 순손실 규모는 962억 원이었다. 하반기에 상반기 대비 4배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하반기 ‘태영 사태’가 터지면서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커지자 기존에 일반 기업대출로 분류했던 토지담보대출에 대해 부동산 PF에 준하는 충당금을 쌓게 했고 PF 대출의 자산 건전성 분류도 보수적으로 하도록 지도했다. 이에 따라 KB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누적 적자가 88억 원 수준이었지만 4분기에 약 830억 원의 충당금을 쌓아 연간 906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PF 충당금이 손실의 주요 원인이었던 만큼 관련 사업을 많이 한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들의 적자 폭이 컸다. 연간 실적을 이미 발표한 8개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KB·NH·우리금융·IBK·하나·신한·한국투자·BNK) 중 5개사의 손실 규모만 2338억 원에 달해 전체 손실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규모별 적자는 KB저축은행이 906억 원으로 가장 컸고 NH저축은행(560억 원), 우리금융저축은행(491억 원), IBK저축은행(249억 원), 하나저축은행(132억 원)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저축은행 업계는 지난해 손실에 대해 건전성을 비롯한 정상적인 영업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몇 년간 매년 1조 원 이상의 흑자를 기록했기 때문에 아직 ‘총알’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업계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2022년 6월 말 12.88%, 2022년 12월 말 13.15%, 2023년 6월 말 14.15%로 높아졌다. 지난해 말에도 웰컴저축은행의 BIS 비율이 14.87%로 2022년 12.51%에 비해 개선됐다.
하지만 대규모 적자로 저축은행 업권 전체에 대한 이미지 악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저축은행의 수신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1월 저축은행 업계의 전체 수신 금액은 104조 2626억 원으로 전달 107조 1491억 원 대비 2조 8865억 원(약 2.7%) 줄었다. 지난해 1월 120조 5854억 원과 비교하면 16조 3228억 원(약 13.5%) 감소했다. 저축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충당금은 나중에 환입될 수 있기 때문에 많이 쌓는다고 실제 손실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문제는 저축은행에 대한 이용자들의 신뢰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