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올투자증권(030210)의 최대주주인 이병철(사진) 다올금융그룹 회장이 이른바 ‘슈퍼개미’로 불리는 2대 주주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와의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경영권 분쟁 전초전으로 평가받은 이번 주총에서 김 대표 측이 캐스팅보트인 소액주주의 지지를 대폭 끌어안는 데 실패한 결과로 풀이된다.
15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빌딩에서 열린 다올투자증권 정기 주총에서는 김 대표가 제안한 주주 제안이 모두 자동 폐기되거나 부결됐다. 앞서 김 대표는 이번 주총에서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 △최대주주 참여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금 확충 △실적 개선 때까지 최대주주와 2대 주주의 배당 제외 △임원 퇴직금 지급률 축소(4배→3배) △이사 임기 단축(3년→1년) △감사위원이 아닌 이사의 보수 한도 축소 등 12건의 안건을 다뤄달라고 회사 측에 요청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차등적 현금배당,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금 확충, 자회사 매각 관련 안건은 권고적 주주 제안 신설 안건 자체가 부결되면서 자동으로 무산됐다. 김 대표가 제시한 권고적 주주 제안 신설 안건은 총 26.6%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이사 임기 단축, 이사 보수 한도 축소, 강 교수 사외이사 선임, 임원 퇴직금 지급률 축소 등의 안건에 대해서도 찬성 지분율은 26~29%에 머물렀다.
증권가에서는 이 회장의 이번 승리에 SK증권(001510)와 케이프투자증권·중원미디어가 큰 우군이 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SK증권과 케이프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다올투자증권 주식을 285만 주로 늘려 4.7%가량의 지분율을 확보했다. 중원미디어도 같은 시점에 지분율 4.8%에 해당하는 294만 6309주의 주식을 보유했다. 이들은 모두 금융 당국에 주식 대량 보유 상황을 보고해야 할 의무가 발생하는 5% 지분율은 넘기지 않았다. 이들을 제외한 이 회장 측과 김 대표 측의 현 지분율은 각각 25.2%, 14.34%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표 대결과 별도로 회사 측과 김 대표 측의 팽팽한 신경전도 이어졌다. 김 대표의 대리인은 이날 주총 의장을 맡은 황준호 다올투자증권 대표를 통해 여러 차례 발언권을 얻고 회사 측을 향해 반대 의견을 펼쳤다. 상당수 안건이 현장에서 표결·개표로 이어지다 보니 주총 시간도 예년보다 길어졌다.
김 대표 대리인은 “회사를 한 개인(이 회장)의 사익을 위해 운영하면 안 된다”며 “대주주가 받는 배당을 소액주주에게 돌려줘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의 모범 사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수광 다올투자증권 경영지원본부장은 이에 대해 “다른 증권사들도 지난해 실적이 대부분 좋지 않았고 올해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 신규 사업 가시화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라며 “임원 퇴직금, 주주 배당, 회장의 보수 등에 대해 회사가 그렇게 단순하게 의사 결정을 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