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부임 논란을 둘러싸고 여당 내부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대응 요구가 확산하는 가운데 대통령실이 야당 주도의 ‘억지 도피 프레임’일 뿐이라며 정면 돌파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대통령실의 한 고위관계자는 17일 서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이 대사는 범죄 혐의가 있어 피의자가 된 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의 고발에 의해 피고발인 신분이 된 것” 이라며 “이 대사에게 도주 또는 도피 프레임을 씌우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를 4·10 총선 직전 판을 흔들어보려는 야권 주도의 여론전으로 규정하며 이 대사 임명에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총선 표심을 의식해 여당 격전지 출마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임명 철회’, ‘자진 귀국’ 등의 요구들도 일축했다. 함운경(서울 마포을) 등 국민의힘 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한 민주당 출신 9명의 후보는 16일 “이 대사는 지체 없이 자진 귀국해 공수처 수사에 응해야 한다” 며 “대통령실과 행정부는 국민 눈높이에 맞게 이 사안을 처리해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중진인 이상민 의원 등이 ‘임명 철회’ 검토를 요구한 바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공무를 수행하는 이 대사에게 ‘돌아오라’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을 향해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인 입장을 내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그레망이 나온 이 대사가 활동 공백을 갖는 건 건 외교적 결례일 뿐 아니라 ‘도주’라는 야당의 정략에 휘말리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이 대사가 오해가 없도록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대사가 ‘도주자 신분’으로 외교 활동을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그 자체로 대한민국을 모독하는 것” 이라며 “이 대사께서 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공적 지위를 받아서 대사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람이다’ ‘언제든 조사에 임할 수 있다’ 등의 이야기로 국민들을 설득하는 게 중요하고, 그런 노력이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호주 현지에서도 국내 언론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에 적극 임하겠다’고 입장을 전달하는 등 야당의 공세에 반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해병대원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이 대사 임명 의혹을 고리로 ‘정권 심판론’ 확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이종섭 특검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 대사의 부임 및 출국 과정 전반을 밝힌다는 목적이다. 여당 내 위기감은 커지는 모양새지만, 총선이 20여일 남은 상황에서 당정 간 엇박자는 부담이 커 국민의힘 지도부도 ‘야당의 억지 프레임’ 입장에 보조를 맞춰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