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늙어서 대통령 되기 힘들어…나 말고" 바이든의 고품격 자학개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언론인 사교클럽 ‘그리드 아이언(Gridiron)’ 주최 만찬에 참석해 자신의 고령 논란과 관련한 고품격 ‘자학개그’를 선보임과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정치인들과 언론인들이 한데 모여 풍자가 섞인 연설과 재치 넘치는 농담을 주고 받으며 한데 어우러지는 이번 만찬에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서 이번 주 두 명의 대통령 후보가 각 당의 후보로 확정됐다면서 "한 후보는 너무 늙었고 대통령이 되기에는 정신적으로 부적합하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른 한 명은 바로 나"라고 익살스럽게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81세, 트럼프 전 대통령은 77세로 나이 차가 4살인데 ‘보다 정신이 온전한 것은 자신’이라는 유머로 자신의 최대 약점인 고령 논란에 정면으로 대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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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에 이르러서야 연설을 시작했는데 “잠에 들 시간이 6시간이나 지났네”라고 말하자 좌중에서는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자신보다 한 살 많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최근 퇴임 소식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내 친구가 전성기에 떠나는 모습을 보기가 너무 싫다”고 했다. 80대는 ‘전성기’라고 주장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대선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서는 농담과 날카로운 비판을 적절히 섞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4년 전 자신이 한번 이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하면서 “그에게는 말하지 말라. 그는 자신이 버락 오바마를 상대하고 있는 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 차례 바이든 대통령와 오바마 전 대통령을 헷갈린 것을 꼬집은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자신의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을 설명하면서 "바로 어제 패배한 것처럼 보이는 남자가 나한테 와서 이렇게 말하더라. '난 빚에 짓눌리고 있다. 난 완전히 파산했다'고. 그래서 난 '미안하다, 도널드. 난 당신을 도와줄 수 없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이은 민사 소송 패소로 수천억원의 배상금과 벌금을 내야 하는 상황을 풍자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후반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서는 안되는 이유를 보다 강경한 어조로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자유는 말 그대로 공격받고 있다"며 "(러시아 대통령)푸틴이 유럽에서 행군(march) 중이다. 내 전임자는 그에게 고개를 숙이고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라'고 말했다"고 비판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을 겨냥해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면서 "나는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모조리 하라고 격려할 것"이라고 말한 대목을 거론한 것이다.

이날 만찬에는 아마존 창업자이자 워싱턴포스트 소유주인 제프 베이조스 등 언론계 인사들을 비롯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등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과 양당 정치인 등 650명 이상이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언론의 자유의 중요하면서 이날 연설을 마무리 했다. 그는 “좋은 저널리즘은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다”면서 “우리는 당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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