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총선 승리를 위해 “한 표가 중요하다”며 투표 독려에 나서면서도 공천 심사에서 도덕성 점수로 ‘0점’을 받은 양문석(경기 안산갑) 후보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나서 당내 갈등과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불량품’에 비유하는 칼럼으로 ‘친문’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던 양 후보에 대한 공천 논란이 증폭되면서 ‘정권 심판론’도 빛이 바랜다는 지적 또한 제기된다.
노 전 대통령 비하 표현들로 총선 후보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양 후보는 18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묘역 인근에서 3분간 무릎을 꿇은 양 후보는 참배를 마치고 “유가족에 대한 사죄, 노 전 대통령을 좋아하고 그리워한 국민에 대한 사죄”라고 소회를 밝혔다.
당 지도부 및 친명계 인사들은 양 후보의 묘역 참배 이후 그만 문제를 일단락 짓자는 입장을 보이며 양 후보 지키기에 나섰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서울 마포구 유세에서 “양 후보가 사과를 했다”며 “그 이상의 책임을 물을 것인지는 국민의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친명계인 정봉주 전 의원도 이날 양 후보자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분에게 기회를 줄 것을, 그리고 기회를 막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유시민 작가 또한 한 유튜브 방송에서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고 조롱했던 정치인이 한두 명이 아니다”라며 논란 확산을 막으려 애썼다.
하지만 친노 및 친문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양 후보에 대한 반발 기류는 지속됐다. 특히 양 후보의 도덕성이 공천 과정에서 문제가 될 만한 수준이었음에도 공천을 강행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양 후보의 도덕성을 놓고 “외부 위원들은 거의 최하점을 줬다”면서 “경선 자격을 주는 것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관계자도 양 후보가 혐오 발언 등을 이유로 도덕성 점수에서 0점을 받았지만 해당 점수는 공관위 심사에 보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자신이 양 후보에게 자격을 부여하고 경선을 강행했다는 주장에 대해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후보는 또 지난달 예비 후보 면접 당시 ‘수박’ 발언에 대한 당 공관위 심사위원의 문제 제기에 대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취지로 반박하며 언쟁을 벌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그는 지난해 6월 전해철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안산 상록갑 출마를 선언하며 “수박 그 자체인 전해철과 싸우러 간다”고 말해 ‘당직 자격정지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전 의원은 이날 “양 후보의 막말은 실수가 아니다” 라며 “같은 당 의원들에게 수박·바퀴벌레·고름이라 ‘멸칭’하는 것을 반복적으로 해왔다”고 직격했다.
한편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양 후보에 대해 ‘공천 유지’ 방침을 재확인했다. 양 후보가 17일 자신의 거취를 전 당원 투표에 맡기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서도 ‘개인 의견’이라며 “논의된 바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