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민주주의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갱신해야 한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18일 서울에서 열린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회식에서 “불편하고 고통스럽더라도 우리 자신의 결점을 투명하게 직시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20일까지 열리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석한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출범시킨 것과 관련 “민주주의 거버넌스가 변곡점에 도달했다는 인식 때문”이라며 “강력한 정치적 개방 물결이 냉전 종식 이후 전세계에 일었지만 지난 20년간 민주주의는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은 “권위적, 억압적 정권이 민주주의와 인권 훼손을 위해 기술을 활용하는 상황에서 기술이 민주 가치와 규범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민주주의를 활성화하려면 포용적이고 권리를 존중하며 사람들의 삶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기술의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인공지능(AI)는 민주주의가 도전을 받고 있는 핵심적 분야”라며 AI 기술 오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그는 “우리는 AI 및 다른 디지털 기술의 힘을 제어해 선한 목적에 사용하려 하지만, 일부 정권은 반대로 이를 남용하고 있다”며 안면인식이나 감시, 언론인·인권 옹호자·정치적 반대세력에 대한 위해에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블링컨 장관의 발언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전세계에 권위주의 정권이 힘을 받고 있고, AI가 이들 정권의 권력 유지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하고 발전시켜나가는데 관련국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개회식에서 “지정학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전 세계는 민주주의 가치 후퇴를 목격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국제적 지형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맹렬한 기술 혁신이 이런 현재의 역학관계에 또 다른 복잡성을 더하고 있다”며 “특히 AI와 디지털 기술이 민주주의에 영향을 끼치며 전례없는 기회와 만만찮은 도전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기술이 민주적 참여를 증진하기도 하지만 가짜뉴스와 거짓 정보, 디지털 감시 위협도 증폭하고 있으며 이는 민주사회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며 “우리는 기술혁명 방향을 잘 조정해 후손을 위한 민주적 가치를 옹호하고 증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