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가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불안해지면서 이 일대를 지나는 해저 케이블도 손상될 위험이 커지자 글로벌 기업들도 인터넷 트래픽 경로를 변경하고 나섰다. 특히 홍해 해저 케이블은 대륙간 데이터 전송의 99%를 책임질 뿐 아니라 매일 10조 달러(약 10경 3300조 원)의 온라인 금융거래가 오가는 곳이라 중요도가 높다는 점에서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
17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홍해에서 케이블 단절로 아프리카 동해안 지역 전체 용량이 영향을 받아 인터넷 트래픽 흐름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해저 케이블을 다수 소유한 업체인 시컴(SEACOM)은 일부 고객사가 동·남부 아프리카에 걸친 사업에 영향을 받았다면서 인터넷 서비스 경로를 변경했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올해 2분기에 수리가 완료될 것으로 낙관한다면서도 홍해 일대 상황을 주시 중이라고 이 업체는 덧붙였다. 홍해 케이블을 사용하는 프랑스 통신사 오랑주는 추가적인 보안 조처를 하고 있으며, 문제가 생기면 트래픽 경로를 변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해는 대륙간 데이터 전송의 99%를 차지하는 해저 케이블을 통해 중동과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간 인터넷 트래픽을 담당하는 핵심 통로다. 앞서 서방 매체들은 홍해에서 후티 반군에게 공격받은 영국 벌크선 루비마르호가 이달 초 침몰하면서, 이 배의 닻이 홍해 해저 케이블 여러 개를 절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지난주 CBS 방송에 “이들 회선 대부분 루비마르호가 가라앉으면서 끌려다니던 닻에 절단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콩 통신사 허치슨글로벌커뮤니케이션스(HGC)는 이번 케이블 절단으로 영향을 받은 트래픽은 25%가량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후티 반군은 의도적으로 해저 케이블을 표적으로 삼지 않았다며 “홍해의 국제 잠수함 회사와 매일 접촉하고 있으며, 피해 복구를 위해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저 케이블 손상과 이에 따른 트래픽 경로 변경은 드물지 않은 일이다. 이에 대비해 케이블 운영업체가 다의 케이블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한꺼번에 복수의 고용량 회선이 끊기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싱크탱크 폴리시 익스체인지의 마커스 솔라즈 헨드릭스 연구원은 2006년 대만 지진 당시 해저 케이블 손상으로 홍콩부터 한국까지 금융 거래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홍해 케이블 사고가 디지털 대역폭을 상당 수준으로 방해한다면 타격은 그만큼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