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22일 앞두고 ‘이종섭·황상무’ 논란이 중도층 표심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자 여당에서는 ‘수도권 위기론’이 확산했다. 야권의 ‘악의적 프레임 씌우기’라는 대통령실의 입장과 결을 같이하면서도 싸늘한 민심에 비상등이 켜진 수도권 총선 후보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실과 당사자들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19일 잇따라 터져 나왔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이종섭·황상무 논란에 대해 “(기존) 입장에 변함없다”며 “국가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선거를 앞두고 민심에 민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 이날 열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과 공천자 대회는 ‘필승 의지’를 다지는 축제 분위기보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터진 대형 악재로 위기감과 긴장감이 팽배했다. ‘해병대원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수사를 받던 중 호주로 떠난 이종섭 대사와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을 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둘러싼 논란이 연일 일파만파 커지고 있어서다.
여당의 수도권 후보들은 야권의 부당한 공세라는 데 공감대를 이뤘지만 ‘총선 승리’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측면을 강조했다. 대통령실이 공수처나 언론과 ‘진실 게임’ 양상의 공방을 벌이다 중도층을 사로잡을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국민의힘 인천 선거대책위원장인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의원은 발대식 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수도권 상황이 아주 심각하다”며 “대통령실에서는 아직 민심의 따가움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종섭 논란의) 진실을 따지면 억울한 측면이 있지만 이미 프레임이 ‘도피성 출국’으로 짜여졌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현실 인식의 게임”이라며 “대통령실이 정확한 민심의 흐름을 알도록 당 지도부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천 과정에서 숨죽여온 수도권 후보들도 총선을 앞두고 위기감이 고조되자 대통령실에 대한 실망과 결단을 재촉하는 발언을 거침없이 내뱉고 있다. 서울 동대문을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김경진 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대통령이 ‘읍참마속(泣斬馬謖)’을 해야 일단 (우리 당) 후보들이 다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과 기회가 생긴다”면서 “황 수석이 계속해서 자리에 있고 국민들의 민심이 나빠져 수도권 선거에서 대패한다면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해야 될 역사적인 책무를 다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의원도 이 대사 논란과 관련해 “국민이 의구심이 있다면 의구심을 해소해야하는 게 도리”라며 “귀국해서 수사를 종결시키고 거기에 따라서 그다음 조치를 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서울 중·성동갑의 윤희숙 국민의힘 후보도 “매일매일 중도층이 냉담해지고 지지자들이 불안해하는 게 느껴진다”면서 “나라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두 분의 자발적인 사퇴가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서울 종로에서 야당 후보와 접전을 벌이는 최재형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최근 선거 정국에서 사소한 실수 하나가 지지율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황 수석의 발언이나 이 대사의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보조를 맞춰온 ‘친윤’ 후보들도 공천이 확정되면서 용산과 적잖은 온도 차를 보였다. 대표적 친윤계 중진인 정진석(충남 공주·부여·청양) 의원은 “용산에서 나온 메시지가 틀린 메시지는 없다”면서도 “지금은 국민 눈높이를 따를 때”라고 했다. ‘윤심 메신저’로 불린 이용(경기 하남갑) 의원과 ‘대통령의 입’ 역할을 했던 김은혜(경기 성남 분당을)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도 한 위원장의 ‘이종섭 즉각 귀국, 황상무 거취 결정’ 요구에 동조했다.
당내에서는 대통령실이 끝내 물러서지 않을 시 ‘제2의 윤·한 갈등’이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도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이종섭·황상무 논란과 관련한 대통령실과의 입장 차이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기존) 입장에 변함없다”고 말했다. 그는 17일 이 대사에 대해 “공수처가 즉각 소환하고 이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밝히며 황 수석에 대해서는 사실상 자진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