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갑은 이번 총선의 최대 격전지인 ‘한강 벨트’ 중에서도 가장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곳으로 꼽힌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선친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에게 물려받은 마포갑에서만 4선을 지낼 정도로 부동의 ‘야도(野都)’로 불렸지만 최근 몇 년 새 고가의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실제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마포갑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12%포인트 넘는 득표율 차이로 따돌렸다. 노 의원의 컷오프(공천 배제)로 ‘마포 터줏대감’이 사라진 사이 여야의 영입 인재들이 이곳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구도다.
서울경제신문이 19일 찾은 서울 마포구에서는 여야를 떠나 새로운 인물을 원하는 유권자들의 열망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공덕시장에서 청과물 가게를 운영하는 정 모(56) 씨는 노 의원의 컷오프를 안타까워하면서도 “오래 하셨으니 바뀔 때가 되기는 했다”며 교체론에 힘을 실었다. 경의선숲길에서 만난 40대 남성 최 모 씨도 “이번에는 정당 공약을 꼼꼼히 따져본 뒤 누구에게 투표할지 정하겠다”고 강조했다.
마포에 부는 변화의 바람에 맞춰 여야 모두 외부 영입 인재를 후보로 내세웠다. 시대전환 출신의 조정훈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해 현역 의원 1호로 영입된 인사다. 조 의원은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세계은행 근무 경력이 있는 ‘경제 전문가’라는 점을 앞세워 교육·개발 공약으로 중산층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아현시장에서 만난 60대 여성 박 모 씨는 “고가 아파트들이 많이 들어서면서 보수 지지층도 두터워졌다”며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경찰국 설립 반대를 주도한 이유로 좌천됐다가 올해 초 입당한 이지은 전 총경에게 ‘마포 사수’의 특명을 맡겼다. 여성 최초의 홍익지구대장 출신인 이지은 후보는 마포에서만 20년째 살아온 경험을 살려 지역 밀착형 선거 전략으로 승부한다는 구상이다. 공덕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70대 이 모 씨는 “그래도 마포는 아직 민주당”이라며 “이 후보가 인근 경찰서에서도 근무해왔던 만큼 아무래도 지역 사정에 대해 잘 알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다만 여야 후보 모두 낮은 인지도는 극복해야 할 숙제다. 취재 도중 만난 유권자들의 상당수는 여야 후보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만큼 양측 모두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조 후보는 “‘고인 물은 썩는다’는 진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마포의 정치를 새로운 물로 바꾸겠다”며 물갈이론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조 후보가 마포를 ‘잃어버린 40년’이라고 표현하지만 마포는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동네 중 하나”라며 “조 후보가 윤석열 정권의 ‘방탄’에 앞장섰다면 저는 ‘정권 심판’의 아이콘”이라고 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