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 의과대학별 정원 배분을 확정 발표한 가운데 의사단체가 "리더십을 재정비하고 정권을 심판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전일(20일) 공개된 의대별 정원 배분 결과를 두고 “의료 현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예쁘게 숫자만 맞췄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동안 성심을 다해 의정 협의에 임했던 의사들을 철저히 외면한 채 땜질식 정책으로 필수의료 붕괴를 불러온 데 대한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게 의협의 지적이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의료현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숫자를 배분한 탁상행정에 말문이 막힌다"며 "대한민국이 의료 붕괴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의료 제도를 충분한 논의도 없이 뭔가에 홀린 듯 전격적으로 망가뜨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을 향해서는 "무도한 정권의 폭압으로 의료가 붕괴하는 것을 저희 의사들의 노력만으로는 막지 못했다. 후배들이 학교와 병원을 떠날 때도 막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의협은 20일부터 차기 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의협 비대위는 이날 브리핑에서 "대한의사협회장 선거가 진행 중인 가운데 투표 첫날 투표율이 54%에 달했다"며 "(투표율이)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정부는 준엄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이필수 전 회장이 지난달 6일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한 이후 회장 자리가 공석이 된지 한달이 넘었다. 차기 회장직에는 최근 면허취소를 통지 받은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 겸 의협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을 비롯해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박인숙 전 국회의원, 정운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부산·경남지부 대표 등 5명이 도전한다. 이들 중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건 정운용 대표가 유일하다.
특히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부추긴 혐의로 고발된 주 위원장이 전일 소환조사를 위해 경찰에 출석하면서 “14만 의사들의 의지를 모아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서기로 했다”고 발언하는 등 일부 후보는 연일 정부를 향한 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의협 비대위가 차기 회장선거 투표 참여율을 언급한 건 강경파 회장이 당성될 경우 의료계 집단행동에 개원의까지 동참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다음주부터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원칙대로 진행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의협은 전공의, 의대생, 의대 교수 등과 만나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부대변인(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교수)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 이들 단체의 의견을 종합해 24일 비대위 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며 "정부가 의사의 호소를 외면한 지금 시점에선 향후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