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 모 상병 순직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종섭 주호주 대사 소환 조사는 당분간 어렵다”고 밝혔다. 포렌식 등 자료 분석이 아직 진행 중이고 참고인 조사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다. 다음 달 중순까지 국내에 머무른다는 이 대사는 4·10 총선 이후까지도 소환 조사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이 대사의 수사 개입 의혹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관계자를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하며 공세를 키우고 있다.
22일 공수처는 출입기자단에 입장문을 내고 “수사팀은 해당 사건의 압수물 등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및 자료 분석 작업이 종료되지 않은 점, 참고인 등에 대한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대사의 소환 조사는 당분간 어렵다”고 공지했다.
공수처가 이례적으로 ‘당분간 소환 조사가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수사 진행 속도가 예상보다 상당히 늦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수처는 지난해 9월 고발장을 접수하고 6개월간 핵심 피의자를 소환하지 못했다. 올 1월 해병대 사령부와 국방부 조사본부를 압수수색했지만 아직까지 압수물 분석을 마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포렌식 참관을 위한 피압수자 등의 일정 조율까지 하면 기간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달 4일 주호주 대사로 임명된 이 대사는 10일 호주로 출국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공수처는 12일 “추가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압박했고 이 대사는 21일 정부 회의 참석차 일시 귀국하며 “체류하는 동안 공수처와 일정이 조율이 잘돼서 조사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이 대사의 법률대리인인 김재훈 변호사가 입장문에서 “이날 공수처에 모든 국내 일정을 공개하고 소환 조사를 요청했다”며 “군에 수사권이 없어 ‘수사 외압’ 자체는 성립할 수 없고 수사 외압은 정치 프레임이지 법률적으로는 성립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 대사가 다음 달 중순까지 국내에 머무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공수처의 소환 조사도 같은 기간 이뤄지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 대사는 다음 달 4일까지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국내에 머무른다. 이후에도 한국과 호주 간 ‘외교·국방 2+2 회의’ 준비 업무를 위해 국내에 있는다. 이 같은 일정을 모두 소화하면 늦어도 다음 달 15일 전후로 호주로 출국할 것으로 보인다. 김 변호사는 “호주 대사가 자리를 오래 비울 수 없기 때문에 5월까지 (국내 체류는) 좀 심한 것 같다”며 “출국금지를 몇차례 연장하고 출금해제에 반대의견까지 냈다고 하던데, 소환조사 준비가 아직도 안돼 있다니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