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억 달러를 쓰고도 출산율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최근 주요 외신에서 대한민국이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경우는 아마 출산율 문제일 거 같습니다. 대부분 인구 소멸 등 부정적인 기사에 한국은 대표적 사례로 거론됩니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뉴욕타임즈(NYT)의 칼럼니스트인 로스 두댓은 한국의 출산율 문제를 두고 “14세기 유럽에 흑사병보다 심각하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죠. 하지만 출산율 저하와 인구 감소 문제는 대한민국에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닙니다. 많은 국가들에서 출산율이 떨어지는 상황을 목격하고 인구 감소를 걱정하고 있는 현실이죠. 이에 유명 연구기관들은 전 세계 인구가 머지않아 정점을 찍고 서서히 내리막을 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각 나라의 출산율 현황과 대응 방법 등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출산율 하락, 한국만의 문제 아니다
출산율 문제는 세계 주요국들의 공통된 고민사항입니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이 자료는 2021년 기준 53개국 대상으로 합니다. 38개 OECD 회원국보다 많습니다)를 보면 OECD 회원국의 출산율 평균값은 1970년 2.89명에서 2021년 1.58명으로 추락합니다. 아이를 가지는 경우가 예전보다 크게 줄었다는 의미죠. 심지어 아랍권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가령 중동 최대 국가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1970년 7.65명에서 2021년 2.43명으로 떨어집니다. 아랍 언론은 이런 상황을 두고 ‘조용한 혁명’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한국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하긴 합니다. 2021년 한국의 출산율은 0.81명인데 이는 OECD 꼴찌입니다. 1970년 4.53명 수준이었던 한국의 출산율은 이제 주요국 평균치 대비 절반에 그칩니다. 그리고 수치는 현재 0.76명으로 악화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G20 국가로 좁혀서 보면 출산율 최하위권에는 중국(1.16)-이탈리아(1.25)-일본(1.30) 등이 있습니다. 특히 해외 언론들은 이 가운데 중국을 많이 주목합니다. 14억의 거대 인구를 바탕으로 막대한 힘을 가졌던 국가이라는 점에서 인구 감소 문제는 중요한 사안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출산율은 1970년 6명에서 1991년(1.93)부터 1명대로 떨어졌습니다. 세계 인구 1위 국가 인도 역시 1970년 5.59에서 2021년 2.03명으로 내려 오고 있습니다.
◇현실로 다가온 지구촌 인구 붕괴 위기
이렇듯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전 세계 인구가 감소하는 시점도 다가 오고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한 국가가 유지되는 데에 필요한 출산율 수준을 ‘대체출산율’(2.1명)이라고 하는데 많은 국가들의 상황은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유엔에서는 이를 두고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세계 인구의 절반이 출산율이 2.1명 미만인 국가나 지역에 살고 있다. 2022년에서 2050년 사이에 예상되는 세계 인구 증가의 절반 이상이 콩고, 이집트, 에티오피아, 인도, 나이지리아 등 8개국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감소할 시점에 대해서는 각 기관의 전망치 차이가 있습니다. 유엔은 2086년 104억 명대까지 인구가 늘 것으로 예측하는 반면 IHME(민간 연구기관)은 2064년 97억명이 정점이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하지만 정점을 찍고 떨어진다는 흐름을 전망하는 건 큰 차이가 없습니다. 최근 유명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 교수는 블룸버그에 이렇게 썼습니다. “세계 인구 붕괴는 더 이상 공상과학의 일이 아니다”
◇“복지 좋아도 출산율 떨어진다”
그렇다면 아이를 낳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국을 비롯해 대다수 해외 언론 및 보고서에서 지적하는 내용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양육 비용 부담, 일-가정 양립 문제 등 우리 언론들이 꾸준히 지적하는 사안들이 꼽힙니다. 하지만 관점을 달리 봐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보여 집니다. 이른바 ‘복지의 천국’ ‘아이 기르기 좋은 나라’로 알려지는 북유럽 국가에서도 출산율 하락 현상을 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핀란드의 출산율은 10년 전 1.8명이었는데 2021년 1.46명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납니다. 최근 기사들을 보면 핀란드 출산율은 2023년 1.27명까지 떨어졌습니다. 물론 수치가 하락 정도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덜한 것은 맞습니다. 그렇지만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점은 다른 국가들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이에 해외 언론이나 연구기관들도 이런 상황을 주목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이유를 찾진 못한 거 같습니다. 일부 기관에서는 이를 두고 ‘수수께끼’라고 표현하는 듯합니다. 핀란드의 인구통계학자인 안나 로트키르히씨는 올해 초 영국 일간지인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를 통해 젊은 세대들이 아이를 가진다는 것을 자신의 인생과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줄어든 인구…국가 성장도 끝난다?
주요국이 저출산과 인구 문제를 크게 주목하는 건 잘못하다 국가 성장이 멈추면서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죠. 출산율이 0.76명으로 떨어진 한국에서는 KDI가 2050년에 경제성장률이 0%대로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최근 성장 정체의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도 매년 2~3%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젠 그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다만 변수는 있습니다. 기술과 노동생산성을 어떻게 끌어 올리느냐의 문제입니다. 경제학에서는 성장의 변수를 노동-자본-기술로 봅니다. 줄어드는 노동력의 생산성을 높이고 기술력을 끌어 올릴 경우 성장률 방어가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가운데 이종화 고려대 교수는 한국경제학회에 발표한 ‘인구가 감소하는 성장모형과 한국 경제에의 적용’ 논문에서 “한국 경제가 노동력의 질적 향상과 기술 진보에 힘쓰고 물적자본 투자율을 높게 유지하면서 부족한 노동을 자본과 기술로 대체할 수 있으면 성장 경로를 따라 지속 발전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논란의 이민 정책…효과는?
저출산으로 나타나는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국가들은 다양한 방안들을 짜내고 있습니다. 다만 그 중에서도 이민은 가장 논란이 큰 정책으로 보입니다. 국내 노동력 부족 문제를 외국인을 받아들여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이미 미국을 비롯해 많은 선진국들이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민간노동력의 18.6%가 외국인 출생자들이 차지했는데 이는 2006년(15.3%) 이후 최대치입니다. 이런 외국인들의 유입이 경제 성장의 큰 역할을 했다는 현지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결국 외국인 노동자들이 노동력 부족을 메우는 동시에 임금 인상 압박을 덜 수 있게 했다는 것입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려도 제기합니다. 결국 같은 일자리를 두고 원주민과 외국인 간의 경쟁이 발생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 경우 애초에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부문에서 일하는 경향이 있기 원주민과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