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빼곡히 들어찬 도서관처럼 한쪽 벽면이 수백 종 라면으로 가득 찬 편의점. 그래서 이름도 ‘라면 라이브러리'다.
최근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의 필수 방문 코스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 국내 면세점들을 꼭 들렀다면 이제는 국내 편의점을 찾는 경향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소비성향이 달라진 점도 있지만, K-콘텐츠의 영향으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K-푸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덕분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U 운영사 BGF리테일은 연내 라면 라이브러리 추가 출점을 위해 명동, 성수 등 인기 관광지를 중심으로 상권 분석을 추진 중이다.
후속 라면 라이브러리 매장은 1호점처럼 본사가 소유권을 가진 직영점 중에서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 가맹점 주변에 새롭게 점포를 만들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서다.
홍정국 BGF그룹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BGF 사옥에서 열린 제30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의 전환에 따른 지역 맞춤 전략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점포 수 중심의 성장 기조에서 벗어나 개별 점포의 매출 향상에 집중해 새로운 성장을 모색할 것이다" 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CU가 서울 홍대에 업계 최초로 오픈한 '라면 라이브러리'(CU홍대상상점)는 오픈 4개월도 안 돼 라면 판매 수 5만 개를 돌파했다. 하루 평균 라면 판매량이 약 500개로, 일반 매장 판매량 대비 10배 이상 높은 수치다.
지난해 12월 오픈 이후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은 5만개를 돌파했다. 일반 점포와 달리 전체 매출 60% 이상이 외국인 관광객으로부터 나온다.
국내 라면 판매 1위 브랜드가 신라면인 것과 달리 홍대상상점 최다 매출 품목은 부대찌개라면이다. 참깨라면, 크림 진짬뽕 등 상대적으로 덜 매운 제품이 많이 팔린다.
라면 라이브러리에서 신라면의 매출 순위는 10위권 밖으로 파악된다. 매장에 제품별 매운맛 수위를 1~5단계로 분류한 안내문에 있는데 4단계인 신라면보다 덜 매운 2~3단계 제품을 찾는 외국인관광객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매장은 초대형 라면 전용 진열장과 컵라면 모형 시식대, 즉석 조리기 등을 설치한 것이 차별점이다.
하루 평균 라면 조리기를 이용하는 고객은 160명 수준이다. 해당 매장의 라면 종류별 매출 구성비를 보면, 봉지라면 72.3%, 컵라면 27.7%로 일반 편의점에서의 컵라면 판매 비율이 높은 것과 상반된다.
현재 몽골,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등에 진출한 CU도 라면 라이브러리가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 CU 관계자는 "라면 라이브러리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매장 내부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SNS를 통해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CU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며 "CU 편의점을 경험한 외국인관광객이 늘어날수록 해외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특히 이 매장은 국내 소비자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라면 라이브러리의 전체 라면 매출에서 외국인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62%로 내국인 매출(38%)을 앞선다.
전체 방문객수는 내국인들이 더 많지만 외국인들의 라면 매출이 더 높은 이유는 매장에서 취식 후 기념품 등으로 라면을 추가로 구매하는 고객이 많기 때문이라고 CU 측은 분석했다.
한국 라면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21일 통계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라면 수출액은 9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다.
지난 1월에도 8600만 달러(전년 동기 대비 39.4% 증가)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9억52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4.4%나 증가하며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CU는 올해에도 이 같은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반영한 특화 매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