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오타니도 위협한 '공갈' 폭탄테러…범인은 '항심교'?[폴리스라인]

MLB 서울시리즈로 방한한 오타니 지목

경기 열린 고척스카이돔 폭탄 테러 예고

작년 국내 시설 폭파 협박 메일과 비슷

배후에 일본 '항심교' 있다고 보고 공조





‘2024 미국프로야구 서울시리즈’가 열린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코리안 메이저리거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다저스)의 맞대결을 보기 위해 수많은 야구팬들이 경기장으로 운집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 구단과의 경기도 열려 국내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습니다.

4차례의 스페셜 게임을 마치고 서울시리즈 대망의 1차전이 열린 20일을 하루 앞두고 난데없는 ‘폭탄테러’ 협박 메일이 날아왔습니다. 고척스카이돔에 폭탄이 터질 것이며 오타니 쇼헤이와 그의 가족을 해칠 것이라는 내용으로 말이죠.

경찰은 즉각 메일 발신자를 추적하는 한편 특공대 30명과 기동대 120명 등 인원을 투입해 폭발물을 수색했지만 특별한 위험 요소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 경찰은 일본 경찰과 공조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메일에서 다소 수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서울경제신문이 전해드립니다.

“오타니 해치겠다” 폭탄테러 협박 메일…어디서 본 듯?


지난18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미국프로야구(MLB) 서울시리즈 개막전을 앞두고 열린 LA다저스와 팀코리아의 경기에 오타니 쇼헤이가 출전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18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미국프로야구(MLB) 서울시리즈 개막전을 앞두고 열린 LA다저스와 팀코리아의 경기에 오타니 쇼헤이가 출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전 11시 58분께 ‘경기 중 폭탄을 터뜨려 오타니 쇼헤이 선수 등을 해치겠다’는 내용이 담긴 협박 메일이 캐나다 벤쿠버 한국총영사관으로 발송됐다.

메일을 접수한 벤쿠버 총영사관 직원이 즉각 경찰에 신고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한 페이지 분량으로 작성된 협박 메일은 영어로 작성됐으며 발신자는 스스로 일본인 변호사라고 주장했다.

이번 협박 메일은 미국 프로야구의 내한 경기에 맞춰 날아들었지만 경찰은 해당 메일이 지난해 일본에서 온 또 다른 협박 메일과 발신자 명의가 같고 내용이 유사하다고 판단하고 일본 경시청에 수사 공조를 요청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20일 “이번 고척돔 테러 협박 메일의 발신 명의가 지난해부터 10여 차례 발송된 우리나라 주요 시설을 테러 하겠다는 내용의 메일과 동일하다는 것을 파악했다”며 “해당 사건과 이번 사건을 병합했으며 일본 경시청 측에 공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라사와 다카히로’…변호사 명의 사칭해 대통령실 테러 협박도


지난해 8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테러 협박 메일이 발송되자 가라사와 다카히로 변호사가 SNS ‘엑스(X)’에 게시한 글. 엑스 캡쳐지난해 8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테러 협박 메일이 발송되자 가라사와 다카히로 변호사가 SNS ‘엑스(X)’에 게시한 글. 엑스 캡쳐


오타니 쇼헤이 등을 해치기 위해 고척스카이돔에서 폭탄을 터트리겠다는 협박 메일이 지난해부터 우리나라 주요 시설을 폭파하겠다는 일본발 테러 협박 메일과 동일한 명의로 발송된 것으로 파악됐다.

‘가라사와 다카히로’라는 변호사의 명의로 대통령실, 서울시청, 남산타워, 대법원 등을 테러 하겠다는 메일이 지난해 수 차례 발송된 바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외국인 지원센터에 경찰청과 검찰청 등 주요 기관을 폭파하겠다는 팩스가 가라사와 변호사 명의로 들어오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이 팩스가 지난해 8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테러 대상으로 지목한 협박 메일의 발신자와 같은 것으로 파악하고 사건을 합치고 수사를 이어왔다.



더욱 엽기적인 것은 이 변호사의 명의로 일본에서도 지난 2016년부터 수십 만 건의 테러 예고 메시지가 뿌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실제로 테러가 발생한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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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종교단체가 벌이고 있는 엽기 행각…배후로 지목된 ‘항심교’


일본 극우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2ch’. 홈페이지 캡처일본 극우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2ch’.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8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일본발 테러 협박 메일의 배후에 ‘항심교’라는 가상의 종교집단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항심교는 협박 메일에 등장하는 가라사와 다카히로 변호사와 그 주변 인물들을 괴롭히기 위해 만들어진 가상의 종교단체로 알려져있다.

지난 2012년 가라사와 변호사가 일본 극우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2ch’에서 악플의 표적이 된 한 피해자를 변호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피해자가 사이트 내에서 평판이 좋지 않았던 인물이었다는 이유로 변호사도 공격의 대상이 됐다. 또 가라사와 변호사가 가해자들을 대상으로 합의금 요구나 고소가 아닌 IP(인터넷 주소) 공개 청구를 하자 그에 대한 공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가라사와 변호가사 다녔던 ‘항심종합법률사무소’와 옴진리교를 엮어 항심교를 만들고 그에 대한 조롱 콘텐츠를 만들다가 2016년부터는 그의 명의를 사칭해 일본 내 주요 시설에 대한 테러를 예고하는 팩스를 보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작년 한 해 30만 건이 넘는 테러 예고 팩스를 보낸 20대 남성 2명이 일본 경찰에 검거된 바 있다. 이들은 팩스 내용에 테러 예고 시간을 3시 34분으로 명시했는데 지난해 8월 한국으로 발송된 팩스에도 동일한 시간이 적혀있어 우리 경찰도 같은 일당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계속되는 협박 메일


가라사와 변호사 명의로 지속되고 있는 테러 협박 메시지의 ‘진짜’ 발송자들의 실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일부가 검거됐음에도 불구하고 메일이 지속적으로 발송되고 있는 탓이다.

가라사와 변호사는 지난 2016년 일본 공영방송 NHK에 나와 “나에 대해 업무방해를 하고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며 “어떻게 해도 용서 받을 수 있는 행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토로한 바 있다.

가라사와 변호사를 사칭한 메일 공격이 지속되자 일부 메일에 적힌 야쿠모 법률 사무소는 지난해 5월 ‘[주의하세요] 당사 또는 당사의 변호사명을 속인 악성 메일에 대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리고 “당사 또는 당사 소속 변호사의 이름을 속인 악성 메일 발송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며 “당사 또는 당사의 변호사는 이러한 사례와 일절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당사 또는 당사의 변호사를 자처하는 사람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경우 충분히 상대방의 신원을 확인하고 주의해달라”고 덧붙였다.

늘어나는 허위신고…경찰·시민 모두 고통


허위신고 건수 및 처벌 현황. 자료=경찰청 2024년 치안전망허위신고 건수 및 처벌 현황. 자료=경찰청 2024년 치안전망


반복되는 묻지마 칼부림 테러로 인해 온 국민이 불안 속에 생활했던 지난해, 관련된 수많은 허위 범죄 예고 게시글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떠들석하게 했다.

실제 신고가 접수돼 경찰과 소방이 출동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진 가운데 최근 몇 년 동안 매년 4000건 이상의 허위신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간 발생한 허위신고는 2019년 4531건에서 이듬해 4063건으로 줄었다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3년 10월 기준 4436건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허위신고 처벌비율은 90%가 넘는다. 지난 2013년 경찰이 ‘112 허위신고 근절 종합대책 ’을 시행한 이후 20% 대에 머물렀던 처벌비율이 획기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가벼운 처벌에 그쳐 더 엄중한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현행 경범죄처벌법상 거짓 신고를 할 경우 60만 원 이하의 벌금형, 구류 또는 과료 처벌을 받는다. 악의·상습적 거짓신고의 경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를 적용받아 보다 무거운 처벌이 가능하지만 대부분 경범처벌에 처해지는 실정이다.

이승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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