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기자의 눈] 조국혁신당 열풍이 갖는 의미





“설마 2찍은 아니겠지?” “광주에서 온 사람들, 너희 옛날에 M16 총으로 쏘고 죽이는 거 봤지?”

인터넷 익명 게시판에서나 볼 법한 이런 자극적인 발언은 다름 아닌 제1야당 대표의 입에서 나왔다. 최근 조국혁신당 열풍을 의식한 듯 유세 현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은 점점 격해지고 있다. 이 대표가 ‘정권 심판’을 아예 당의 정체성으로 내세우고 있는 조국혁신당과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모습에 당내 인사들조차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국혁신당 열풍을 보면 이번 총선에서 선정성과 자극성에 꽂힌 유권자의 마음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조국혁신당은 당 대표와 지도부, 정강 정책, 후보들이 모두 윤석열 정권에 대한 복수전으로 점철된 ‘비정상’의 똬리를 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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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만 해도 자녀 입시 비리로 유죄를 선고 받은 조국 대표의 창당 소식에 관심을 가진 국민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조국혁신당은 예상 밖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기 시작하자 급격히 세를 불려나가더니 최근 각종 여론조사의 비례정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뛰어넘고 있다.

조 대표는 ‘정권 심판’을 내걸며 거친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조국혁신당 1호 법안이 ‘한동훈특검법’이고 당의 최종 목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데드덕’이라고 공언할 정도다. 비례대표 후보도 각 사회계층을 대변하는 인물이 아니라 ‘검찰 독재의 피해자’를 자처하고 주장하는 인사들로 상당수 채워졌다.

유권자들이 정상적인 민주정당으로 보기 어려운 조국혁신당을 선택하는 것은 단순히 정권 심판만을 위해서는 아니다. 시중의 대파 가격도 모른 채 합리적이라고 주장하고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출국시킨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거대 야당에 대한 심판’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할지 모른다. 민주당이 “이렇게밖에 못하나” 하는 실망감이 조국혁신당 열풍의 진원지인 셈이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선명성·자극성 경쟁을 벌여봐야 선거전에 별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180석을 갖고도 정권 견제에 실패하고 공천 막판까지 각종 논란으로 국민을 피로하게 한 데 대한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우선이다.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전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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