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5개월을 넘긴 가운데 휴전 논의가 진척되지 않으면서 전쟁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 휴전 시도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인질 교환 비율과 가자지구 철수, 영구 휴전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양상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구속력 있는 휴전안을 결의하려는 움직임 역시 주요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4일(현지 시간)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이스라엘 인질 1명당 팔레스타인 수감자 20명을 교환하는 휴전안을 하마스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제안한 휴전안의 교환 비율(인질 1명당 수감자 10명)에서 완화된 수치다. 다만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요구안인 가자지구 북부 출신 피란민의 철수를 논의할 수 있다면서도 성인 남성의 복귀는 안 된다며 선을 그었다. 또 하마스가 요구한 완전 철수는 불가능하다고 명시했으며 합의가 불발될 경우 즉각 공격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스라엘 매체인 채널12 방송은 “이스라엘이 주요 쟁점에서 새로운 유연한 제안을 하고 하마스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며 “사흘간 (하마스의 군사 지도자이자 이스라엘의 최우선 제거 대상인) 야히야 신와르의 답변을 기다릴 것이며 타결 가능성은 절반 정도”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의 휴전 제안은 국제사회의 강한 압박하에서 이뤄졌다. 가자지구에서 171일째(25일 현재) 전쟁을 벌이고 있는 양측은 지난해 11월 임시 휴전 이후 재차 휴전을 모색하고 있지만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채 전투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자지구 내 민간인 희생자 수는 3만 명을 넘었고 100만 명 이상이 식량위기 최고 단계인 재앙·기아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자 세계 각국의 ‘휴전 촉구’ 목소리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가자지구 내 전쟁범죄 가능성을 직접 거론하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사회는 유엔 안보리를 통한 이른바 ‘강제 휴전’도 여러 차례 시도했다. 하지만 결의안 통과는 벌써 네 번째 무산됐다. 결의안은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상임이사국(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처음 세 번은 이스라엘의 최우방국인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22일 미국이 주도한 결의안은 중국·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안보리는 25일 비상임이사국들이 주도해 제출한 휴전 결의안에 대해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지만 순조롭게 통과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가디언은 “예정된 결의안 투표도 미국의 네 번째 거부권 행사로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많은 전문가에게 이번 사태는 안보리 기능이 고장 났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