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아르차나 아쇼크 차우레는 자신의 일생을 사탕수수에 바쳤다. 14살에 사탕수수 노동자와 강제로 결혼한 뒤 30년 넘게 하루 10시간 이상 농장에서 일했다. 최근에는 생리의 영향 없이 더 많은 사탕수수를 채취하기 위해 자궁 절제수술까지 받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설탕은 다국적 청량음료 제조업체인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로 공급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풀러재단 탐사보도팀은 24일(현지시간) 인도 마하라슈트라 지역의 강제노동·인권유린 르포기사 ‘달콤한 설탕의 잔인함’을 를 통해 사탕수수 농장의 노동력 착취 실태를 고발했다.
NYT 보도에 따르면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는 2000년대 이후 세계적 규모의 사탕수수 농장으로 변모했다. 사계절이 여름 날씨여서 하루도 쉬지 않고 사탕수수가 자라나서다. 코카콜라와 펩시의 인기가 사탕수수 농장의 번성을 가속화했다.
하지만 다국적 기업과 사탕수수 농장주가 부유해진 것과 달리 차우레처럼 사탕수수에 종사하는 수천명의 여성들은 아동 노동과 강제 결혼, 임금 착취 등에 시달리고 있다. 심지어 결혼한 여성 다수는 영구 불임을 위해 자궁 절제술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우레가 수십년을 일했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돈은 한 푼도 없다. 부부의 일당은 남편이 농장주에게 진 채무의 이자를 내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차우레 역시 남편 집안에 빚을 진 부모 때문에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받은 자궁절제술 또한 그녀를 붙잡아두는 ‘덫’ 역할을 한다. 농장주는 여성 노동자들의 자궁절제 수술비를 엄청난 이자를 붙여서 빌려준 뒤 원금과 이자를 노동으로 갚으라고 강요한다. 현지당국 조사에 따르면 마하라슈트라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8만2000명 가운데, 약 20%가 농장주들의 꾀임에 넘어가 자궁적출 수술을 받았다.
NYT는 “이 지역에서 대규모로 사탕수수를 매입하는 코카콜라, 펩시콜라 등 기업들도 이같은 ‘불편한 진실’을 잘 알고 있지만 방치해왔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코카콜라의 내부 보고서에는 2019년 인도 서남부 아동 강제노동과 임금 착취를 발견하고 농장주들에 이를 시정하도록 요구했지만, 이후 어떠한 강제적 규제나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기록돼 있다.
전문가들은 다국적 기업들이 비인간적인 노동 관행을 눈감아주기 때문에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정부 역시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강제노동에는 눈에 쌍심지를 켜고 비난하지만, ‘반중 우군’인 인도의 강제노동에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NYT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윤리강령엔 ‘어떤 형태의 강제노동도 허락하지 않는다’고 쓰여 있지만, 이들 기업의 음료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임금착취 구조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