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알리 공습 막아라”…쿠팡, ‘전국 100% 쿠세권’ 구축에 3조 베팅

■쿠팡, 알리에 대반격

알리 1.5조 투자 계획의 2배 맞불

풀필먼트센터 8곳 등 인프라 확대

1만9800원 구매땐 비회원도 무료

그물망 배송으로 알테쉬와 차별화

고용 창출 등 지역균형발전 기대도


쿠팡이 2026년까지 향후 3년간 3조 원 이상을 투자해 전국 5000만 명의 인구가 주문한 지 하루 만에 식료품과 생활 필수품을 무료 배송 받도록 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사실상 ‘전국 100% 로켓배송’을 통해 국내 시장을 잠식 중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 대응하겠다는 복안이다. 알리의 3년간 1조 5000억 원 투자 계획에 맞서 쿠팡이 2배에 달하는 3조 원 투자 계획으로 맞불을 놓으며 한국 시장을 둘러싼 대규모 투자 경쟁도 가열되는 양상이다.







쿠팡은 2024~2026년 신규 풀필먼트센터(통합 물류센터) 확장과 첨단 자동화 기술 도입, 배송 네트워크 고도화 등에 3조 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을 담은 투자안을 27일 발표했다. 투자안에 따르면 쿠팡은 경북 김천과 충북 제천, 부산, 경기 이천, 충남 천안, 대전, 광주, 울산 등 8곳 이상 지역에 신규 풀필먼트센터 운영을 위한 신규 착공과 설비투자를 추진한다. 광주와 대전은 올해 풀필먼트센터 운영을 시작하고 부산과 이천은 올해 2분기, 김천은 3분기, 제천은 4분기에 각각 착공할 계획이다.

신규 풀필먼트센터와 산하 읍면동 캠프까지 구축이 완료되면 현재 전국 시군구 260곳 중 182곳(70%)인 로켓배송(익일 배송) 가능 지역, 이른바 ‘쿠세권’이 2027년 230곳(88%)으로 확대된다. 이렇게 되면 로켓배송 권역 거주자 수는 2023년 4800만 명에서 2027년 5000만 명으로 확대된다. 올해 2월 말 기준 우리나라 인구가 5130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구 98%가 로켓배송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월 4990원의 멤버십 서비스 와우 회원은 물론 비회원도 1만 9800원 이상 구매하면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쿠팡은 이번 투자가 저출생과 고령화 등에 따른 지방 인구 소멸의 대응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쿠팡 관계자는 “로켓배송이 확대될 지역 대부분이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 감소 지역”이라며 “인구 감소 지역 상당수는 생필품·식료품 구하기가 불편한 ‘장보기 사막’으로 쿠세권이 확대되면 거주의 질이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행안부가 정한 인구 감소 지역 89곳 중 현재 로켓배송 가능 지역은 강원 삼척 등 17곳인데 3년 뒤 60여 곳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대표적으로 경북 봉화, 전남 고흥·보성 등 고령화(65세 이상) 비중이 40%가 넘는 지역에 로켓배송이 도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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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도권으로 떠난 청년층이 다시 지방으로 돌아오는 효과와 경제 활력 제고 효과도 기대된다. 현재 투자를 진행 중인 여러 지역의 풀필먼트센터당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이 일자리를 갖게 될 것으로 쿠팡은 추산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쿠팡도 2027년까지 3년간 물류 인프라 확충에 3조 원 이상을 투자해 산간과 도서 지역의 이런 무료 배송 범위를 확대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이번 투자가 알리·테무 공세에 대응하는 성격도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앞서 알리의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은 한국에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앞으로 3년간 1조 5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의 계획서를 한국 정부에 제출했다. 중국 e커머스 플랫폼의 공세로 쿠팡이 지난 10여 년간 국내에서 굳건하게 구축한 ‘쿠팡 생태계’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자 손실을 감수하고 알리·테무가 할 수 없는 ‘그물망’ 배송으로 승부수를 띄웠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풀필먼트센터와 동네 캠프를 운영하는 데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며 “이용량이 적은 지역의 경우에는 일부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점유율 방어를 위해 6조 원이라는 계획된 적자에 3조 원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0년 창립한 쿠팡은 로켓배송을 시작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6조 2000억 원을 투자해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 개 이상의 물류 인프라를 구축했다.

쿠팡이 투자 계획을 내놓자 알리 역시 곧바로 공세에 나섰다. 알리는 ‘K-Venue’ 입점사의 수수료 면제 정책을 올 6월까지 지속하고 국내 판매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지역 풀필먼트센터와 캠프가 반드시 손실을 유발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의 한 관계자는 “지역 풀필먼트센터와 캠프는 일반적으로 (농수산물) 산지와 가깝다”며 “신선식품 구매와 배송에는 큰 비용이 투입되는 콜드체인 시스템이 필요한데 산지 인근에 물류센터가 있으면 콜드체인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의 이번 투자를 둘러싸고 업계와 전문가들의 사이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국내 시장에서의 쿠팡의 지배력은 따로 얘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인데 점유율이 더 확대되면 ‘독과점’의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지방 식료품 사막의 무료 로켓배송 활성화는 고령화와 저출산 직격탄을 맞은 지역의 거주 매력도를 높여 지역균형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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