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계단 한 층만 올라도 ‘헥헥’…무릎 탓 아닌 이 병? [건강 팁]

■박성지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 판막 이상으로 호흡곤란 호소

치료 시기 놓치면 증상 악화…똑바로 눕기도 힘들어

심장초음파검사 진단…개흉수술 대신 시술로도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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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이나 경사진 곳을 오를 때 숨이 차다고 느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고령일수록 이런 증상을 나이 탓으로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만약 평소 3층 정도 계단을 오르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갑자기 계단 한 층을 오르기도 힘들게 느껴지면 판막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판막은 심장 안에 있는 문짝이다. 총 4개의 판막 중 좌심실과 좌심방 사이에서 문짝 역할을 하는 판막을 가리켜 승모판막이라고 부른다. 이 판막이 잘 닫히지 않는 질환이 승모판막역류 또는 승모판막폐쇄부전증이다. 승모판막역류증의 원인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승모판막 자체가 고장이 나서 발생하면 일차성, 승모판막은 아무 문제 없이 정상인데 승모판막이 있는 좌심실이 늘어나거나 망가져서 발생하면 이차성에 해당한다.

일차성 승모판막역류증은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과거에는 어렸을 때 류마티스열을 앓고 난 뒤 류마티스성 판막질환이 생기는 사례가 많았다. 서구화가 진행되면서 노화로 인한 퇴행성 승모판막 역류증이 늘어나 전체 승모판막역류증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이차성은 심부전이나 심방세동을 오랜 기간 앓아 온 환자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이처럼 기존 심장질환에 의한 이차성 승모판막역류증이 증가하는 추세다.



판막질환이 생긴 환자들은 주로 움직일 때 숨이 차다고 호소한다. 발병 초기 증상은 높은 계단을 올라가거나 빨리 걸을 때 약간 숨이 찬 정도로 나타난다. 병이 심해질수록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커지는 게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평소 3층 정도를 계단으로 오르는 데 아무 문제 없던 사람이 '한달 전부터 계단 한 층만 올라가도 숨이 차서 올라가지 못하겠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이 시기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숨이 차서 똑바로 누워 잘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호흡곤란이 발생한다. 응급실을 찾아야 할 정도로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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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문제는 대다수 노인 환자들은 나이가 많아서 숨이 차다고 생각할 뿐 심장에 병이 생겼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승모판막역류증이 매우 심한데 아무런 증상이 없는 환자도 적지 않다. 승모판막역류증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흉부 심장초음파검사가 필요하다. 승모판막역류증 발생 유무는 물론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정밀하게 승모판막의 모양과 이상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경식도 심장초음파 검사가 필요하다. 이차성 승모판막 역류증의 경우 원인 질환을 파악하기 위해 심장혈관조영술, 심장 컴퓨터단층촬영(CT), 심장 자가공명영상(MRI) 등 다양한 영상검사가 필요하다. 일련의 검사 결과를 종합해 정확한 진단이 내려져야 치료방침을 결정할 수 있다. 이 중 경흉부 심장초음파검사가 가장 중요하다.

승모판막역류증은 크게 경증, 중등도, 중증의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판막질환이 생기면 무조건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여기는 환자들이 많은데 증상이 없고 경증이라면 치료가 불필요하다. 경증이라면 1~2년에 한 번꼴로 추적 관찰하다가 증상이 나타나거나 진찰 소견에 변화가 있을 때 심장초음파로 재평가를 시행하고 추후 치료 방침을 결정하게 된다. 다만 증상이 있거나 중등도~중증 승모판막역류증 환자들은 상급종합병원에서 판막 전문가에 의한 주기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승모판막역류증은 일차성, 이차성에 따라 치료가 달라진다. 일차성의 경우 고장난 승모판막을 고쳐야 하므로 환자의 연령, 판막의 상태 등을 고려해 판막성형술, 판막치환술, 최소침습승모판막수술 등의 개흉수술이나 경피적 승모판막성형술과 같은 시술을 시행한다. 이차성의 경우 원인 질환에 따라 심부전 약물치료, 제동기화치료, 최신 시술 기법인 경피적 승모판막성형술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최적의 치료방법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진단팀, 시술팀, 수술팀이 모두 모여 다학제 진료를 통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가슴을 열고 진행하는 개흉수술로만 승모판막역류증 치료가 가능했다. 심장 수술 위험도를 평가하는 척도(STS Score)로 계산했을 때 수술 후 사망률이 8% 이상인 고위험군이나 80대 이상 고령자는 증상이 심해도 수술에 따른 위험부담이 크다 보니 마땅히 치료할 방법이 없었다.

2020년 경피적승모판막성형술이 국내 도입되면서 개흉수술의 고위험군이나 고령 환자도 시술이 가능해졌다. 경피적승모판막성형술은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표준 치료다. 오전에 시술하면 오후에 식사하고 저녁부터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회복기간이 빠르다. 대부분의 환자는 시술을 받은 지 2~3일 만에 퇴원한다. 판막 질환은 40~50대는 물론 고혈압, 고지혈증 등 기저 질환이 없어도 발생할 수 있다. 계단을 오를 때 유독 숨이 차고 평소와 달라졌다고 느낀다면 즉각 심장초음파 검사를 받아보길 권한다. 40~50대라도 안심할 수 없고 고혈압, 고지혈증 등 기저 질환이 없어도 판막 질환은 발생할 수 있다.

박성지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박성지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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