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추세대로라면 500년 후 일본인 성(姓)씨가 모두 ‘사토’가 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도호쿠대 요시다 히로시 교수는 만우절인 4월 1일에 맞춰 ‘500년 후 일본에서 사토씨 비율이 100%를 기록할 것’이라는 추산을 발표했다. 인감이나 명찰의 의미가 사라지는 사회는 ‘만우절 거짓말’ 같지만, 현재 추세대로라면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미래다.
요시다 교수에 따르면 현재 일본에서는 사토 성이 가장 많고, 전체 성씨의 1.5%를 차지한다. 일본 민법상 결혼했을 때 부부는 남편이든 아내든 어느 한쪽의 성을 따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결혼이 반복되면서 사토씨에 수렴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게 요시다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2022년과 2023년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토씨의 비율 증가율을 산출, 이를 기초로 추산할 경우 2531년 일본인 전원이 이름 앞에 사토 성을 달게 된다.
물론, 이는 다른 변수는 제외한 단순 가정이다. 그러나 현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에 ‘터무니없는 상상’으로만 치부할 수도 없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연간 약 50만 쌍이 결혼하고, 같은 수의 성이 없어지면서(배우자 성을 따르면서), 약 13만 개의 성 중 5만 개가 멸성(滅姓) 위기에 처해 있다. 이미 소멸된 성도 적지 않다는 게 닛케이의 설명이다. 특히 상당수 부부는 여성이 남성의 성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아 성 평등, 다양성 측면에서도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조사는 ‘원하면 결혼 전 자기 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선택적 부부별성의 법제화를 주장하는 사단법인 ‘내일엔’의 의뢰로 진행됐다. 이 단체는 요시다 교수의 조사를 근거로 “부부별성이 채택되면, 사토씨가 100%가 되는 시점이 3310년으로 미뤄진다”고 말했다. 단, 각종 인구 추계로 볼 때 3310년 무렵이 되면 지구상에 일본인은 거의 없다.
‘내일엔’은 이번 조사 결과 발표와 함께 성(姓)에 대한 고민을 환기하는 ‘씽크 네임 프로젝트(Think Name Project)’도 전개하고 있다. 취지에 공감하는 40여 개 기업과 함께 간판, 주택 문패, 상품 포장지, 유니폼 등에 들어가는 사람 이름을 모두 ‘사토’로 바꾼 사진과 영상을 공유한 것이다. ‘5인제’가 아닌 ‘3인제’ 농구를 프로팀을 전개하는 ‘도쿄BB’는 양팀 총 6명의 선수 모두가 ‘사토’라고 쓰인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뛰는 동영상을 만들었고, 주택건설 회사인 ‘아이다 설계’는 모든 주택 외벽에 ‘사토’라고 쓴 문패가 걸린 사진을, 식품 구독 서비스 전개 기업인 오이식스는 배달 채소 포장지에 생산자 이름이 전부 ‘사토’인 사진을 만들었다. 오이식스 관계자는 “일본이 세계 흐름에 역행하는 것은 경제나 기업의 인재 획득 관점에서도 감점 요인”이라며 이번 프로젝트 참가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