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獨 바스프의 생존에서 배워라 [기자의 눈]


"바스프가 왜 강한지 아십니까? 범용 화학제품의 종말을 미리 봤기 때문입니다. 바스프의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은 셀 수가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1865년에 설립된 독일의 석유화학 기업 바스프는 2006년부터 현재까지 세계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글로벌 화학 기업이다. 160년에 가까운 역사에 부침도 많았지만 여전히 업계 최강자를 차지하고 있다. 비결은 일찌감치 범용 제품의 종말을 예견하고 스페셜티 제품을 늘린 데 있다. 1990년대부터 순수석유화학 제품을 솎아내고 고부가 사업을 중심으로 제품을 다각화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바스프의 범용제품 비중은 2005년 42%에서 2022년 17%까지 줄었다.



반면 우리나라 석유화학 기업들의 범용 제품 비중은 2022년 기준 59%에 달한다. 우리와 비슷한 원가경쟁력을 가진 일본(45%)보다 높다. 한때는 범용이 많은 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웃 나라 중국에서 우리나라 범용 제품을 찾는 수요가 넘쳐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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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한참 뒤쳐져 있다고 생각한 중국이 무섭게 공장을 신설하면서 석유화학 제품 생산을 늘렸기 때문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장을 맡고 있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중국이 3년 내 기초유분 100% 자급률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스페셜티 시장으로 넘어가지 못하면 중국의 추격에 잡혀 먹힐 상황이 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코로나 시기를 기점으로 국내 기업들이 스페셜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범용 제품의 사업장도 과감하게 철수하고 있다.

스페셜티 제품 수요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전기차, UAM 등 미래 산업 시장이 커지면서 스페셜티로 수익을 낼 날도 머지않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중국이 범용에 이어 우리나라 스페셜티 제품의 최대 수출국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만큼 기술의 발전이 빨라지면서 중국 역시 스페셜티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늦었지만 변화를 시작한 우리나라 석유화학 업계가 스페셜티 제품으로 제2의 도약을 이루길 바란다. 물론 스페셜티 이후의 미래도 지금부터 생각해야 한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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