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지난해 상속세 조세불복 '역대 최다'

1년만에 34%↑ 신규만 235건

25년간 과표고정…부담 눈덩이








지난해 납세자가 과세 당국이 부과한 상속세에 불복해 조세 심판을 제기한 건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999년 이후 세율과 과세표준 구간이 한번도 바뀌지 않으면서 상속세를 내야 하는 이들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조세심판원에 따르면 지난해 심판원이 취급한 상속세 조세 불복 건수는 307건으로 전년보다 34.6% 급증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최고치다. 이 중 지난해 새로 제기된 조세 심판 건수만 235건으로 1년 전과 비교해 89.5% 늘어났다.



정부 안팎에서는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부터 부동산·주식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고액의 상속세를 내야 하는 납세자가 증가한 것이 1차적 원인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세청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꼬마빌딩’ 같은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해 대대적으로 감정평가를 한 뒤 상속·증여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사례가 증가했던 것도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상속세 구간이 1999년 마지막 개정을 끝으로 바뀌지 않으면서 과세 대상자 자체가 늘어나고 있다”며 “물가 상승분이 세제에 전혀 반영되지 않아 이제는 일부 중산층에게도 상속세 부담이 생기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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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정부는 1999년 이후 상속세를 손대지 않고 있다. 30억 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최고세율 50%가 적용되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속세 과표 조정을 논의해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꼬마빌딩 등 상속세 폭탄에…"과표 손질" 목소리 커져


2022년 상속세를 낸 사람은 총 1만 9506명이었다. 10년 전인 2012년(4600명)에 비해 4.2배 증가한 수치다. 상속세 납부 인원이 급증하는 만큼 관련 조세 불복도 늘어나는 실정이다. 실제 조세심판원이 2012년 취급한 상속세 관련 조세 불복 사건은 171건에 그쳤지만 지난해엔 307건으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상속세 부담이 중산층으로 퍼지고 있는 만큼 1999년 이후로 20여 년간 유지돼온 상속세 과세표준 구간을 손볼 때가 됐다는 조언을 내놓는다.

1일 세무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속세 관련 조세 불복이 급증한 일차적인 이유는 2020년대 초 부동산 및 주가 급등이다. 조세심판원이 다룬 양도소득세 조세 불복 사건도 2021년 1102건에서 2022년 1013건으로 줄었다가 2023년 1139건으로 반등했는데 이 역시 자산 가격 상승과 관련이 깊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재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2020~2021년 급증한 부동산 거래 후 2022~2023년에 과세가 많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측된다”며 “고액의 상속세와 양도세를 부담하는 경우가 많아져 조세 불복도 늘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속세 가치 평가 문제 역시 관련 조세 불복 사건이 늘어난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국세청이 2020~2022년 사이 꼬마빌딩 등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해 대대적으로 감정평가 사업을 벌이면서 상속세 평가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 국세청은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낮은 꼬마빌딩 등이 편법 절세 대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감정평가를 추진하고 상속·증여세를 다시 매겼다. 이 때문에 적법한 절차로 상속세를 냈어도 국세청의 감정 평가에 따라 갑작스레 세금 폭탄을 맞는 사례가 늘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근본적으로는 상속세 과표 구간이 20여 년간 한 번도 개정되지 않은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상속세는 1999년 이후 △과표 1억 원 이하 세율 10% △5억 원 이하 20% △10억 원 이하 30% △30억 원 이하 40% △30억 원 초과 50%의 세율을 유지해왔다. 최근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효성 오너 일가가 내야 하는 상속세만 최소 4000억 원대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과표 구간, 인적 공제 등 상속세 구조를 전반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상속세 개편은 총선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짚었다.

세종=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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