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 그토록 사랑하시던 효성(004800)을 더욱 단단하고 튼튼한 회사로 만들겠습니다.”(조현준 효성 회장)
지난달 29일 별세한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2일 치러진 발인식과 영결식을 끝으로 영면에 들었다.
유족들은 이날 오전 조 명예회장의 빈소가 마련됐던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 예배를 마친 뒤 고인이 1966년부터 몸담은 효성그룹의 마포구 본사로 이동했다.
손주들이 영정과 위패, 고인이 생전 받은 각종 훈장 등을 들고 앞장선 가운데 부인 송광자 씨와 아들 조현준 효성 회장, 조현상 효성 부회장 등이 무거운 표정으로 뒤를 따랐다. 고인의 관이 운구차에 실리고 발인 예배를 집전한 이원재 남산교회 목사가 고인의 마지막 길을 축복하는 기도를 하자 송 씨와 조 회장은 한동안 오열하기도 했다.
장례식장을 출발한 운구차는 오전 7시 45분께 효성 본사에 도착했다. 이날 오전 8시 비공개로 진행된 영결식에는 유족과 명예장례위원장인 이홍구 전 국무총리, 장례위원장인 이상운 효성 부회장을 비롯해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 서석승 한일경제협회 상근부회장 등 재계 주요 인사들과 효성 임직원 등 300명이 참석했다.
영결식은 고인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해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의 추도사, 류 회장과 이 부회장의 조사 등으로 이어졌다.
상주인 조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아버지께서는 평생 효성과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신 분이었다. 자신보다는 회사를 우선하고 회사에 앞서 나라를 생각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의 효성은 아버지의 미래를 바라보는 혜안과 절대 포기하지 않는 강철 같은 의지력, 그리고 첨단 과학기술에 대한 호기심과 세계 1등에 대한 무서울 만큼 강한 집념의 결정체”라며 “아버지께서는 그렇게 효성을 새벽을 밝히며 빛나는 샛별 같은 회사로 키웠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이어 “저희 가족들은 아버지께서 남기신 가르침을 가슴 깊이 새겨 사회에 보탬이 되는 큰 재목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아버지께서 그토록 사랑하시던 효성을 더욱 단단하고 튼튼한 회사로 만들겠다”고 마무리했다.
이 부회장은 “사업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로 세밀한 부분까지 예리하게 살피시던 모습, 회사를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시킨 리더십, 위기를 헤쳐 나가시던 과감함까지 여러 면에서 존경스러운 분이었다”며 “욕을 먹더라도 우리 기업, 국가 경제를 위해 해야 할 말은 해야 한다던 강직한 모습이 그립다”고 했다.
영결식 이후 운구차는 임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본사를 떠났다. 이어 조 명예회장이 생전 회장과 부회장 등을 맡으며 오랜 기간 몸담은 한경협의 여의도 회관과 서초구 효성 반포빌딩을 거친 뒤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 후 경기도에 있는 효성가 선영으로 이동했다.
조 명예회장은 1966년 동양나이론을 설립한 뒤 섬유 관련 주요 기술을 국산화하며 한국 섬유 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일본·미국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조 명예회장은 일찍부터 ‘우리만의 기술’을 파고들어 효성을 스판덱스·타이어코드 세계 1위 기업으로 이끌었다.
2017년 고령과 건강상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그는 최근 건강이 악화해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다 지난달 29일 별세했다.
5일장으로 치러진 장례 기간 빈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기업인과 이명박 전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 김진표 국회의장을 비롯한 정관계 인사 등 각계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