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있나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있을까.’ 현재 김영록 전남도지사의 심정일 것이다. 전남도민의 30년 숙원 사업인 전남권 의대 설립을 누구보다 간절하게 외쳤던 김 지사. 결국 대통령의 약속을 받아낸 과정까지 그의 정치력과 뚝심은 빛을 발휘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전남권 의대 설립은 당초 순천(순천대)과 목포(목포대) ‘통합 의대’가 아닌 ‘단일 의대’라는 조건이 붙었다. 그래도 의대정원을 놓고 정부와 의협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대어를 낚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순천)·서(목포) 갈등의 서막인가. 아니다. 갈등 보다는 이제는 공정한 경쟁이다. 어느 지역에 설립되든 간에 전남권 의대 설립이 가시화 되고 있는 만큼, ‘민선 8기 김영록’이라는 이름은 전남의 가장 큰 현안 사업을 해결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은 미래세대에도 꼭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록 지사는 전남권 의대 설립에 대해 ‘공정’을 수 차례 언급했다. 김 지사는 3일 도청 왕인실에서 열린 4월 정례조회를 통해 “국립의과대학 공모 추진은, 전 도민의 의과대학이자 전 도민의 건강을 위해 이뤄지는 만큼 도민 뜻을 잘 살피고 협조를 구해 대승적 차원에서 공정하고 원활하게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초 통합의과대학을 생각했는데, 대학들이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고 시기적으로 빨리 이뤄내지 않으면 안 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어서 공모를 하게 됐다”며 “전 도민의 건강과 전남의 미래발전, 의료 관련 연구개발 사업 유치 등을 위해 전 직원들이 함께 많이 고심해서 추진, 모처럼의 기회를 잘 활용하자”고 말했다.
#행복한 고민…순천 ‘수도권’·목포 ‘지방’ 전략
이번 전남권 의대 신설은 ‘어차피 전남에 둥지’라는 행복한 고민이기도 하지만, 순천과 목포 양 지역은 미래를 위해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만큼 ‘의대신설’은 막대한 지역경제 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 단체장인 노관규 순천시장과 박홍률 목포시장을 필두로 정치권, 해당 지역 시민들은 “순천이 최적지다, 목포가 최적지다”로 논리 대결을 펼치고 있다. 정치적 입김이 아닌 공정한 공모로 진행되는 만큼 저마다 전략마련에 고심을 하고 있는 듯 하다.
묘하게 이번 공모는 수도권과 지방의 싸움으로 보이는 듯한 뉘앙스가 풍겨진다. 전남도는 그동안 중앙 정부의 굵직한 공모전에서 수도권과 맞서 지방균형 발전을 가장 큰 무기로 내세웠다. 일부는 주효한 적이 있지만, 대다수의 공모는 수도권이나 충청권에 밀리는 양상을 보여왔던 것은 사실이다.
이번 전남권 의대 유치전은 순천은 수도권 전략, 목포는 지방 전략으로 비춰진다.
우선 순천은 호남권 3대 도시 타이틀에 맞게 최적의 정주여건을 자랑한다. 국립대학 설립은 사전적인 의미일 뿐 의과대학은 ‘지정학적인 고려’, ‘인구대비 의료수요자의 접근성 고려’, ‘대형 산업단지의 밀집도’, ‘질 높은 의료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대학 경쟁력’ 등의 기준을 감안하면 순천이 최적지라는 점을 부각 시킨다. 목포 보다 먼저 순천 단독 유치를 선점한 노관규 순천시장은 “전남 동부권은 인구 밀집도가 높고 전남 생산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산업현장이 많아 외상센터 등 여러 분야의 의료시스템이 필요한 지역”이라며 순천대 의대 신설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순천은 전남 동부권역의 실질적 중심 도시이며, 순천대는 전남 유일의 글로컬 대학으로 선정되는 등 기반이 갖춰져 있다”는 장점을 어필했다.
반면 목포는 균형발전을 내세운다. 박홍률 목포시장은 “전남 서부권은 전국 유인도서의 약 41%가 밀집된 지역이고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27.5%나 될 정도로 고령화가 전국 최고 수준으로 진행된 심각한 상황이다”면서 “중증 응급환자의 골든타임 확보에 취약한 지역으로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해 발생하는 치료가능 사망률이 무려 50%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서 지역 간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도 의료와 경제가 열악한 전남 서부권 국립목포대학교에 의과대학을 신설해야 한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