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제빵기업이자 선두 식음료(F&B) 기업 SPC그룹의 허영인 회장이 구속되면서 그룹의 사업 확장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탈리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네 번의 소환 거부로 결국 구속됐는데 사법 리스크에 대해 다소 안일하게 판단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4일 허 회장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열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허 회장이 구속까지 된 것은 수차례 검찰의 소환 불응이 주된 이유로 풀이된다.
허 회장 등 SPC 경영진은 2019~2022년 SPC 자회사인 PB파트너즈 조합원들에게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혐의를 받는 황재복 SPC 대표도 사측에 우호적인 한국노총 조합원을 확보하고 사측에 부함하는 인터뷰나 성명을 발표하게 하는 식으로 부당노동행위를 한 혐의로 지난달 22일 구속기소됐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18, 19, 21일과 이달 1일 네 차례 소환을 요구했지만 허 회장은 글로벌 식음료 기업과 사업 진행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SPC 측은 "지난달 18일 오전 9시30분까지 검찰로부터 출석하라는 최초의 요구를 받았다"며 "하지만 파리바게뜨의 이탈리아 시장 진출을 위한 파스쿠찌와 업무협약(MOU) 체결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검찰에 체결이 끝나는 25일에 출석하겠다고 요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일주일 가량 출석일을 늦춰달라고 요청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실제 허 회장은 파스쿠찌와 업무협약식을 마친 25일 검찰에 출석했다. 하지만 허 회장은 가슴 통증 등을 호소하며 조사 시작 1시간 만에 응급실로 후송됐다. 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 이달 1일 다시 검찰이 소환을 요구했고 허 회장 측은 병원으로 출장조사 요청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이를 거절했고 결국 구속됐다.
허 회장 측은 사업을 이유로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았지만 이같은 주장은 검찰과 법원에서 전혀 통하지 않았다. 여러 차례 검찰 소환에 불응한 데 이어 법원의 영장 발부로 체포된 이후 SPC그룹 차원에서 여러 차례 강하게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문을 발표한 것이 오히려 '조직적 증거 인멸 우려'에 힘이 실린 것으로 평가된다.
검찰은 최장 20일인 구속기간 동안 기존 증거와 법리를 보강해 허 회장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밖에 SPC 관계자들이 허 회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및 배임 혐의 수사 정보를 빼돌리는 대가로 검찰 수사관 김모씨(구속기소)에게 수백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하는 과정에 허 회장이 관여했는지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