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의 민주노총 탈퇴 종용 혐의로 허영인 회장이 구속되면서 경영 공백 위기에 놓였다. 강선희 SPC 대표가 취임 1년 만에 사임하고 공동대표인 황재복 대표가 같은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허 회장마저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허 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하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허 회장 등 SPC 경영진은 2019년 7월~2022년 8월 SPC 자회사인 PB파트너즈 조합원들에게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황 대표에 이어 허 회장까지 구속되면서 올해를 유럽·동남아·중동 등 베이커리 사업의 해외 진출 원년으로 삼으려던 SPC그룹의 사업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SPC의 파리바게뜨는 2004년부터 해외에 진출해 중국·미국·싱가포르 등 10개 국에 55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기업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중동 시장에 K베이커리 진출을 공식화했고 할랄 시장 공략을 위해 말레이시아에 현지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지난 달에는 허 회장이 마리오 파스쿠찌 회장과 서울에서 만나 ‘이탈리아 내 파리바게뜨 마스터 프랜차이즈’를 위한 MOU를 체결하는 등 이탈리아 진출도 준비 중이다.
SPC의 사법 리스크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하락에 가맹점주들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커졌다. SPC에 따르면 SPC가 운영하는 파리바게뜨·배스킨라빈스·던킨·파스쿠찌 등 브랜드의 가맹점은 전국에 총 6373개에 달한다. 가맹점주들은 소규모 자영업자가 대부분인데 가맹 본부의 리더십 공백이 매출 감소와 폐업까지도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SPC 관계자는 “수년 동안 K컬처·K푸드의 인기로 한국 식품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고조돼 K베이커리 열풍을 확산시키는 데 중요한 시기”라며 “허 회장의 구속은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도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