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제보로 경찰에 체포된 뒤 구치소에 한 달간 감금되고,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았더라도 국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기 어렵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경찰의 수사 행위에 대해 명백한 위법성이 입증되지 않은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는 원고 A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사건에서 피고인 B씨가 제기한 상고에 대해 원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환송하는 결정을 지난 달 12일 내렸다.
A씨는 2015년 9월 특수절도미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뒤 구속영장이 발부돼 약 한 달간 수감 생활을 하다 석방됐다. C씨가 경찰에 A씨가 다른 두 사람과 함께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치려다 실패한 적이 있다고 제보했고, 경찰은 수사를 거쳐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구속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그러나 같은해 12월 검사는 A씨를 석방하고 무혐의 처분했다. 범행한 것은 다른 두 사람뿐이고, A씨로부터 사기죄로 고소당한 B씨가 일부러 허위 제보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다.
A씨는 2018년 10월 자신을 조사했던 경찰관들과 국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자신을 부당하게 구속하고 가족 접견도 금지했으므로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이유였다.
1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으나 2심 법원은 경찰관들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보고 국가가 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경찰관들이 고의로 불법행위를 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경찰관들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2심이 책정한 배상금은 위자료 1000만 원 중 이미 수령한 형사보상금을 제한 352만원이다.
대법원은 판단을 뒤집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제보가 구체적이었고, 경찰의 영장 집행 과정에서 검찰과 법원 모두 정당성을 인정했기 때문에 독자적인 위법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재판부는 "사법경찰관의 독자적인 위법행위가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판사의 영장 발부에 관한 결정이나 영장 집행 결과에 따른 피의자의 체포 내지 구속 그 자체에 관련해서는 원칙적으로 사법경찰관의 수사활동이나 판단, 처분 등이 위법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