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고성능 ‘GT 트림’과 ‘보급형 모델’을 앞세워 전기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전용 전기차의 주행 성능을 대폭 끌어올린 GT 트림을 적극 활용하는 한편 가격 부담을 낮춘 보급형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1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최근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4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앞으로 출시하는 전기차 중에서 소형 모델 일부를 제외한 모든 전기차에 GT 트림을 추가해 상품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그란 투리스모(Gran Turismo)의 약자인 GT는 일반 차량 대비 압도적인 주행 성능과 기술력을 담아낸 고성능 트림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기아의 전기차에서 GT 트림이 포함된 모델은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EV6 단 하나일 정도로 정도로 활용도가 크지 않았으나 앞으로는 전기차 라인업에 GT 트림을 대거 추가하기로 하면서 사업 전략에 변화를 줬다.
상품성을 차별화한 전기차를 선보여 다양한 고객 수요를 흡수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현재 판매 중인 EV6 GT는 일반 모델과 달리 2개의 고성능 전기모터를 탑재해 강력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3.5초에 불과하다. 고급 스포츠카에서 볼 법한 스웨이드 재질의 버킷 시트와 전용 21인치 휠 등은 역동적인 매력을 더했다.
기아는 내년 1월 대형 전기 SUV인 EV9 GT를 출시할 계획이다. 제로백이 4초 대인 해당 차량은 도로를 달릴 때 충격을 흡수하는 서스펜션과 전자 제동 시스템을 보강해 고속 주행 시에도 안정적인 승차감을 제공한다. 기아는 2027년까지 총 15개 차종의 전기차 풀라인업을 구축한다는 목표로 이들 차종 대부분이 GT 트림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 부담을 낮춘 전기차 모델의 출시도 앞두고 있다 올 상반기 소형 전기 SUV인 EV3 출시를 시작으로 EV2·4·5 등 6개의 전기차 대중화 모델을 운영해 한국·북미·유럽 등 주요 시장을 공략한다. 인도 등 신흥시장에는 카렌스 전기차 등 현지 특화모델 2개 차종을 새로 내놓을 예정이다. 전기차 대중화 모델의 예상 판매량은 올해 13만 1000대에서 2026년 58만 7000대로 뛰어 전체 전기차 판매량의 66%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아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가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초기 단계에 주요 구매층이던 얼리어답터를 넘어 대중화로 접어드는 과정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에 높은 기술력을 담아낸 GT 모델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대중화 모델을 필두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