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051910)이 첨단소재사업본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 2차전지 소재 생산을 담당하는 양극재사업부·엔지니어링소재사업부·RO멤브레인사업담당 등 전 직원이 대상이다. LG화학은 IT소재사업부를 중국 기업에 매각하고 여수 NCC 2공장 지분 매각에 나서는 등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린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한계 사업을 정리하면서 인력 감축 등 산업 구조조정까지도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첨단소재사업본부를 대상으로 특별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신청 대상은 근속 5년 이상 첨단소재사업본부 생산기술직 모든 구성원이다. 휴직자도 희망퇴직을 신청할 수 있다. 정년퇴직 잔여기간이 1년 미만인 직원은 제외된다.
희망퇴직자에게는 퇴직 위로금과 학자금이 지급된다. 퇴직 위로금은 퇴직일 기준 근속 연수에 따라 5~10년 직원은 30개월, 근속 10년 이상은 60개월 치의 기본급을 지급하는 조건이다. 학자금은 자녀 수 제한 없이 중학교 300만 원, 고등학교 700만 원, 대학교 학기당 400만 원(최대 4학기)을 지급할 예정이다.
LG화학은 이달 말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5월 중 퇴직 발령을 낸다. LG화학 관계자는 “지난해 IT소재사업부 사업을 매각하면서 진행한 전환 근무 및 특별 희망퇴직에 이어 추가 인원 조정이 필요해 모든 사업부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됐다”며 “한계 사업 정리 과정의 일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LG화학은 최근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IT소재사업부가 담당하던 편광판 및 편광판 소재 사업을 약 1조 1000억 원에 중국 기업에 매각했다. 지난달 말에는 스티렌모노머(SM) 생산을 완전 중단했으며 여수 NCC 2공장 지분 매각을 위해 쿠웨이트 국영 석유 회사와 합작법인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화학뿐 아니라 국내 석화 기업들의 위기 상황이 고조되면서 업계 전반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며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사업부 및 조직 재편은 필연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발 공급 확대의 여파로 전통 석화 사업 부문에 대한 실적 악화는 눈에 띈다. 2020년 10조 원에 달했던 국내 석화 기업 4사(LG화학·롯데케미칼(011170)·한화솔루션(009830)·금호석유(011780)화학)의 석화 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577억 원 적자로 크게 고꾸라졌다. LG화학 역시 석화 부문에서 1434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1조 744억 원, 2021년 4조 814억 원의 흑자를 낸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석화 시장은 통상 경기 순환에 따라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특징이 있지만 최근의 불황은 일시적이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중국이 공격적으로 설비를 증설을 하며 싼값에 석화 제품을 공급하면서 국내 기업이 설 자리를 완전히 잃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은 기존 주력 사업의 몸집을 줄이기 위해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고부가 제품이나 신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LG화학이 사업 재편을 서두르는 이유도 신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LG화학은 기존의 범용 사업을 접고 친환경, 배터리 소재, 제약·바이오 등에 투자할 방침이다. 총 투자 금액의 70% 이상을 3대 신성장(전지 소재, 친환경 소재, 글로벌 혁신 신약) 동력에 투입한다.
업황 악화로 석화 업체들의 신사업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2차전지 소재에 더해 청정수소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고 밝혔다. 신사업 진출에 소극적이던 금호석유화학도 자사주의 50%를 배터리 소재, 태양광 등 신사업의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솔루션도 석화와 태양광 사업을 중심으로 신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