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美 '재보복' 만류에도…네타냐후, 극우파 압박에 방아쇠 만지작

■ 정치력 시험대 오른 네타냐후

◇美 '확전방지' 역량 총동원

바이든 "당신이 이긴것" 설득 속

네타냐후에 반격 반대입장 강조

軍지원 패키지법안 등 당근책도

◇이, 보복이냐 자제냐 셈법 복잡

온건파마저 "대가 치르게 해야"

동맹국과 균형점 찾을지가 관건


13일(현지 시간) 이란의 전례 없는 대규모 보복 공습에 자국 영토를 공격 받은 이스라엘이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 수위로 대응할지에 국제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이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 확전 방지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전면전으로 치닫지 않으면서도 영토를 침범 당한 주권 국가로서 단호하게 응징해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됐다. 가자지구 분쟁으로 퇴진 요구에 맞닥뜨렸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정치적 기반인 극우 강경파의 재보복 요구와 ‘확전하지 말 것’을 압박하는 미국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주요 외신들은 이스라엘이 이르면 15일 ‘제한적인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어 중동 사태가 중대 전환점을 앞뒀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세 번째) 총리가 국방부 전시내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이란의 공격에 대한 대응 방안을 놓고 수 시간에 걸쳐 회의를 한 결과, 보복에 찬성하는 의견이 다수였으나 대응 방법과 시기에 대한 의견은 조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화연합뉴스지난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세 번째) 총리가 국방부 전시내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이란의 공격에 대한 대응 방안을 놓고 수 시간에 걸쳐 회의를 한 결과, 보복에 찬성하는 의견이 다수였으나 대응 방법과 시기에 대한 의견은 조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화연합뉴스




◇‘확전 막겠다’ 긴박하게 움직인 美=14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날인 13일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습으로 중동 지역에 전운이 고조되자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확전을 막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란 공습이 이뤄진 직후 네타냐후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해 “당신이 이긴 것이다. 승리를 가져가라”고 달래며 “다만 이란에 대한 어떠한 반격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성명을 내 이란을 강력 규탄했으며 이스라엘 안보를 지원하겠다는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했다.



외교 역량도 총동원하고 있다. 이란에 대한 ‘단결된 외교 대응’을 조율하겠다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을 곧장 소집해 이날 성명을 냈다. G7 정상들은 “우리는 이란의 직접적이고 전례 없는 이스라엘 공격을 가장 강력한 어조로 명확히 규탄한다”며 “우리는 이스라엘과 그 국민들에게 전적인 연대와 지지를 표명하고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우리의 공약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등 중동 외교 장관들과 연쇄 전화 협의를 갖고 ‘확전 방지’를 강조하는가 하면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도 칼리드 빈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방장관과 통화하며 “미국은 사태 악화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 의회는 대(對)이스라엘용 군사 지원 패키지 예산안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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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규탄을 요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이날 오후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분쟁 당사국인 이란과 이스라엘 대사가 참석해 양보 없는 설전을 벌였다. 이란 대사는 이스라엘을 향한 공격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자신들은 추가 확전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고 이스라엘 대사는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이란을 막기 위해 안보리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복이냐 자제냐…셈법 복잡해진 네타냐후=미국의 확전 방지 노력에도 이스라엘의 속내는 복잡하다. 자제냐, 재보복이냐의 갈림길에서 이스라엘 내부와 동맹국의 요구가 상충하기 때문이다. 이란이 300기가 넘는 공중 무기를 쏟아부은 ‘전례 없는 공격’이었다는 점에서 자국 영토를 침범당한 국가로서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특히 이번 공습에 레바논 헤즈볼라와 예멘 후티반군 등 이슬람 무장세력이 가세했다는 점에서 강경한 대응을 촉구하는 내부의 목소리는 상당하다. 여기서 물러설 경우 억지력이 약화돼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 공습 같은 일이 재차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베자렐 스모트리치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우리가 주저한다면 우리 자신과 우리 아이들이 실존적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강경한 대응을 촉구했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베니 간츠 국민통합당 대표도 이날 별도 성명을 통해 “우리는 적합한 시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이란이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가자지구 분쟁으로 미국과의 관계가 틀어진 이스라엘로서는 미국의 강력한 ‘확전 반대’ 요구를 뭉갤 수도 없는 처지다. 특히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중동 정책에 대한 실망감으로 곤두박질치는 상황도 이스라엘의 재보복 결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의 이란 전문가인 라즈 짐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대응 수위를 결정할 때 두 가지를 유의해야 하는데 하나는 미국의 입장이고, 두 번째는 이란에 대한 대응이 하마스(가자지구)에 대한 공습 능력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라고 짚었다.

이스라엘이 이르면 15일 재보복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평화재단 중동 및 북아프리카 부책임자인 모나 야쿠비안은 “이란과 이스라엘 모두 현 시점에서 승리를 선언하고 벼랑 끝 위기에서 내려올 수 있다”며 “이스라엘 민간인 사망자가 한 명도 없다는 점이 특히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고 예상했다. AP 통신은 “여러 정황을 볼 때 미국과 이란 모두 중동 확전을 원치 않고 있어 이스라엘이 독자적으로 보복 공격에 나서고 이란이 대응하는 악순환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분석했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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