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6번째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량차오웨이(양조위·62)에게 한 영화감독이 사실상 은퇴 요구에 가까운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16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양조위는 지난 14일 제42회 홍콩 금상장 영화제에서 영화 ‘골드핑거’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의 남우주연상 수상은 이번이 6번째다.
논란은 다음 날 웡징(68) 홍콩 영화감독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리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골드핑거’에서 양조위의 연기는 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연기가 아니었다”며 “영화 ‘색계’와 ‘2046′에서 보여준 절제된 연기보다 훨씬 과잉되게 연기했다”고 평했다.
이어 웡징 감독은 “내가 양조위라면 수십 년 전 젊은 세대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상을 받지 않겠다고 한 알란 탐이나 장국영의 길을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란 탐은 인기 절정을 달리던 1980년대 말 신인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는 이유로 수상을 거절한 바 있다.
웡징 감독은 홍콩의 거장 영화감독으로, 주윤발·유덕화 주연의 ‘도신’ 시리즈를 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웡징 감독의 발언은 젊은 세대를 위해 물러나라는 뜻으로, 사실상 은퇴 요구에 가까웠다. 웡징 감독의 발언은 웨이보에서 9000만 회, 더우인에서 800만 회 조회될 정도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현지에서는 해당 발언을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웡징은 홍콩 연예계의 미래를 고려하고 있다”, “노장 스타들이 수상을 포기하면 젊은 배우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젊은이들에게 격려가 될 것” 등 웡징 감독의 발언에 동의하는 반응이 나왔다. 반면 “젊은 배우들은 다른 사람의 양보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상을 받기 위해 싸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편 양조위는 1995년 ‘중경삼림’, 1998년 ‘해피투게더’, 2001년 ‘화양영화’, 2003년 ‘무간도’, 2005년 ‘2046′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중국인 배우 최초로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에서 평생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6번째 남우주연상을 받은 '골드핑거'는 지난 10일 국내 개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