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전 국민 25만 원 지원금을 위한 13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요구를 공식화한 가운데 지난해(56조 원)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세수 펑크가 예상되고 있다. 올해도 법인세 세수가 나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고유가 영향에 유류세 감면 조치 역시 정부 전망보다 기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세수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최소 13조 원, 많게는 15조 원 안팎까지 예상되는 현금 지원용 추경을 편성하면 별다른 효과 없이 부채 비율만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2일 “지난해 8월 예산안 편성 당시와 비교해 세수가 적게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며 “법인세의 경우 중립 기점에서 봤을 때 (지금은) 부족하다는 쪽에 더 가깝다”고 밝혔다.
실제 정부는 법인세를 걱정하고 있다. 법인세는 1년 전 사업 연도 실적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705곳의 지난해 영업이익(별도 재무제표 기준)은 전년보다 45% 감소한 39조 5812억 원이었다. 특히 삼성전자(-11조 5263억 원)와 SK하이닉스(-4조 6721억 원)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연이어 손실을 내면서 정부가 올해 이들로부터 걷을 수 있는 법인세 세수가 사실상 0원에 가까워졌다.
문제는 두 회사가 지난해 본 영업손실이 앞으로도 법인세 세수 감소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하면서 받지 못한 세액공제 등이 쌓였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법인이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이익이 나야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법인세 비용이 -7조 8656억 원이라고 공시했다. 회계상 법인세 비용이 음수라는 것은 향후 받을 수 있는 결손금 공제나 세액공제분이 실제 납부할 법인세보다 많다는 뜻이다. 삼성전자가 쓰지 못한 세액공제액은 2022년 1조 6255억 원에서 지난해 6조 3393억 원으로 3배 이상 불어났다. SK하이닉스의 경우에도 6259억 원어치의 세액공제가 밀렸다.
이 같은 공제 이월분은 내년 법인세 비용에 단계적으로 반영된다. 삼성전자가 올해 수익을 낸다고 해도 내년에 정부 예상보다 세금을 덜 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보통 이월 공제분을 세수 추계에 반영하지 않는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기업의 세액공제 이월분은 미래 법인 세수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정부 추산보다 법인세 세수가 덜 들어올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짚었다.
최근 중동 사태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유류세 등 교통·에너지·환경세 수입에도 비상이 걸렸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올해 중 유류세 인하 조치가 끝날 것으로 가정하고 세수를 추산했다. 이를 토대로 올해 교통·에너지·환경세 수입 전망치를 지난해 실적보다 41.7% 많은 15조 3000억 원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내수 경기도 좋지 않아 부가가치세·소득세 등이 덜 걷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차적으로는 유류세를 환원하지 못하는 것이 세수 측면에서 부정적인 요인”이라며 “부동산·주식 시장 등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 때문에 정확한 경기 진단 없이 묻지 마 식으로 정부 지출을 급격히 늘릴 경우 되레 경기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이날 발간한 ‘재정 조기 집행 제도의 경기 안정화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2002년부터 상반기에 재정을 집중 투입하는 ‘재정 조기 집행’ 제도를 추진해왔다.
상반기에 경제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저하고’ 국면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최근인 2020~2022년에는 오히려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하반기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상저하고에 대응하려던 재정 조기 집행이 ‘상고하저’ 시기에도 집중되면서 경기 변동을 증폭시켰다는 뜻이다. 입조처는 “재정 집행 여부와 목표를 설정하는 데 있어 가장 선행돼야 할 것은 경제 전망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