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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매수가 너무 낮아"…뿔난 락앤락 소액주주들[시그널INSIDE]

PBR 1배 미만…오스템보다 낮아

"어피너티 인수후 경영 악화됐는데

주식 싸게 사겠다는게 공정한가"

정부 밸류업 추진과도 배치 지적

과거 태림페이퍼 판례 소액주주 승리





“대주주가 경영을 잘못해 가치가 떨어진 시점에 주식을 싸게 사겠다는 게 공정한가요.”(포털 종목 게시판)



락앤락 소액주주들이 단단히 뿔났다. 최대주주인 홍콩계 사모펀드(PEF)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잔여 지분 약 30%를 주당 8750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 가격이 너무 낮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어피너티의 공개매수 제시 가격(8750원)과 지난 연말 락앤락 순자산(5015억 원) 비교 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6배로 추산된다. 이론상 현재 가치로 회사를 청산해도 주주들은 공개매수에 응하는 것보다 돈을 더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부터 잇따라 추진돼온 다른 사모펀드들의 공개매수와 비교해도 이번 락앤락 제시 가격은 다소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MBK파트너스·UCK파트너스가 진행한 오스템임플란트(PBR 8.16배), 한앤컴퍼니의 루트로닉(5.89배)과 쌍용C&E(2.21배) 등과 비교하면 차이가 극명하다. 이들 3개 기업 공개매수는 소액주주들이 대부분 청약에 응해 성공적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말 MBK의 한국앤컴퍼니(0.57배) 공개매수만 경영권 분쟁, 낮은 공개매수 가격 제시 등의 이유로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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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피너티가 락앤락을 인수한 뒤 경영이 악화됐다는 점도 비판 대상이다. 어피너티는 2017년 락앤락 창업주 김준일 전 회장으로부터 지분 62.52%를 주당 1만 8000원에 사들였다. 당시 락앤락 연 매출은 4174억 원, 영업이익은 516억 원이었으나 지난해 매출은 4848억 원, 영업손실 211억 원이었다. 주가도 계속 뒷걸음질을 쳐 이번 공개매수 발표 전까지는 5000~6000원대에서 움직였다.

업계는 어피너티가 이번 공개매수에 성공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본다. IB업계 관계자는 “공개매수 가격이 최근 평균 주가 대비 높기 때문에 수익 실현 기회로 삼는 투자자들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어피너티가 상장폐지까지 이뤄내면 적잖은 배당에 나설 것으로 관측한다. 실제 어피너티는 지난해 락앤락의 이익잉여금으로 2372억 원을 추가 적립했다. 자본잉여금을 3118억 원에서 224억 원으로 대거 감축한 효과다. 어피너티는 이번 공개매수 후 락앤락의 중국 자회사 ‘락앤락일용품(소주)유한공사’ 경영권 매각도 진행 중이라 배당 재원은 더 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락앤락 공개매수는 상장폐지를 최종 심사하게 될 한국거래소에도 고민을 안기게 됐다. 거래소는 대주주가 지분 90% 이상을 확보하면 자진 상장폐지 신청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 보호 조치가 잘 이행됐는지 등을 심사한다. 공개매수 발표 직전 거래량이 급증하고 주가가 미리 움직였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폐지는 외부 위원 주도로 꾸려진 상장공시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최종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판례도 주목하고 있다. IMM프라이빗에쿼티는 2016년 태림페이퍼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에서 주당 3600원을 제시해 지분 95% 이상을 확보했다. 이후 남아있던 소액주주에게 주당 3600원에 매도청구권을 발동했는데 이 가격이 낮다고 판단한 일부 소액주주들이 반기를 들었다. 법원은 2019년 소액주주의 손을 들어줘 인수 가격을 당초 제시 가격보다 상향 조정했다. 결국 사모펀드가 최초 제시했던 공개매수 가격에 응한 주주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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