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60·치안정감)의 첫 번째 공판이 22일 열렸다. 법원에 출석하는 김 전 청장을 둘러싸고 유족들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일대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권성수)는 이날 오후 2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전 청장의 첫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서울청 112상황관리관이었던 류미진 총경, 당직 근무자였던 정대경 전 서울청 112상황3팀장도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는다.
김 청장이 이날 오후 1시 34분쯤 법원에 모습을 드러내자 미리 도착해 있던 유족 10여명은 “내 새끼 살려내”라고 소리치며 김 전 청장의 머리채를 잡아뜯었다. 법원 직원들로부터 저지받자 바닥에 주저앉아 울부짖기도 했다.
이영민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김 전 청장이 재판에 출석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김광호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무려 159명의 젊은이가 희생당했다”며 “이것은 분명하게 밝혀 역사에 남겨야 한다”며 김 전 청장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 전 청장은 지난 2022년 10월 29일 밤 핼러윈 축제의 인파 집중에 따른 위험성을 알고 있었는데도 기동대를 배치하지 않아 사상 규모를 키운 혐의를 받는다. 당시 159명이 숨지고 300명 넘게 다쳤다.
검찰은 참사 1년 3개월만인 올해 1월에야 김 전 청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해 1월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후 1년 넘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다가 수사심의워원회에서 기소 권고 의견이 나오고 나서야 기소를 결정한 것이다.
김 전 청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11일 열렸던 공판준비기일에서 김 전 청장은 “도의적이고 행정적 책임을 느끼지만 이와 별개로 본건은 형사 재판”이라며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으며 무죄를 주장한다”고 항변했다.
향후 재판의 핵심 쟁점은 김 전 청장이 사고 발생 가능성을 인지했는지 여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용산경찰서로부터 현장 상황의 심각성을 보고받지 못했다면 기동대 미배치 책임에서 벗어날 여지가 있다. 다만 사고 발생 가능성을 인지했으면서도 기동대를 배치하지 않았다면 형사 책임을 피하긴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