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2승의 임성재(26·CJ)는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 개막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일단 즐기는 것이 목표예요. 우승 경쟁도 할 수 있으면 좋고요.” 3년 7개월 만에 나서는 국내 대회니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는 듯했지만 그는 5타 차를 뒤집는 짜릿한 역전 우승으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4일 경기 여주 페럼클럽(파72)에서 진행된 KPGA 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총상금 15억 원) 기자회견에 참석한 임성재는 한국 무대에서 생애 첫 타이틀 방어에 나서는 각오에 대해 “재미있게 칠 생각이다. 우승 경쟁을 하면 좋겠지만 이번 주는 그냥 즐기려는 마음”이라며 지난해와 같이 답했다. 근거 있는 자신감에서 내놓은 답변이었다.
임성재는 같은 장소에서 25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대회에 출전한다. 그는 지난해 이준석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컵을 들었다. 지난해 10월 제네시스 챔피언십 이후 약 6개월 만에 다시 한국 팬들 앞에 서는 그는 이번에는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트로피 사수에 나선다. PGA 투어 2승과 KPGA 투어 2승의 그는 아직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적은 없다.
이 대회 출전을 위해 23일 오후 귀국한 임성재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장희민과 국가대표 임태영, 아마추어 김현욱과 함께 연습 라운드 한 그는 “지난해보다 그린 스피드가 빨라서 놀랐다. 내일 그린 스피드가 더 빨라질 것 같은데 퍼트 거리감만 잘 연습하면 괜찮을 것 같다”면서 “이번 주는 시차 적응하면서 경기할 생각이다. 점심 이후가 제일 피곤하다. 대회 기간에 잘 먹지 않는 커피도 이번 대회 때는 한 잔씩 마시면서 잠을 깨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 시즌 임성재는 PGA 투어 개막전인 더 센트리 공동 5위로 산뜻한 시즌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이후 부진이 거듭됐다. 올 시즌 12개 대회에서 컷 탈락 횟수(네 번)가 지난 시즌 전체 컷 탈락 횟수(여섯 번)와 맞먹을 정도다. 그러나 22일 끝난 특급 대회 RBC 헤리티지에서는 공동 12위로 반등의 실마리를 찾은 듯한 모습이다.
임성재는 “개막전을 빼고는 두 달 정도 원했던 성적이 안 나왔다. 경기력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는데 쇼트 게임과 퍼트가 안 되면서 버디 찬스를 많이 놓쳤다”며 “장점인 스코어 관리를 하지 못하면서 보기가 많은 플레이를 해서 아쉬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조금씩 감이 좋아지고 있어서 앞으로 남은 대회는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마친 후 곧장 미국으로 건너가는 임성재는 다음 달 열리는 더 CJ컵 바이런 넬슨 등에 출전해 페덱스컵 랭킹과 세계 랭킹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는 “힘든 일정이지만 우리금융 챔피언십과 더 CJ컵 모두 제 후원사 경기인 만큼 책임감을 갖고 잘해볼 생각”이라며 “일단 매 대회 열심히 해서 페덱스컵과 세계 랭킹을 올리는 게 목표다. 파리에 가게 되면 메달도 노려보고 싶다”고 했다. 파리 올림픽 출전을 위해서는 6월 3주째 세계 랭킹에서 국내 선수 중 2위 안에 들어야 한다. 임성재의 세계 랭킹은 김주형(23위), 안병훈(40위)에 이은 42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