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의 퀄리티를 보장하는 샛별배송과 포장 노하우, 큐레이션 기반의 상품 경쟁력…컬리가 가장 잘하는 영역이라 잘 될거라 확신했죠.”
최재훈 컬리 부사장 겸 최고커머스책임자(CCO)는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컬리 본사에서 컬리의 실적 개선 비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컬리는 지난 1분기 창업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지난 2015년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를 출범한 지 9년 만이다.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월간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 흑자를 달성한 후 이익 개선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최 부사장은 “이제 더 이상 컬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광고비는 줄이고, 대신 고객들이 좋아하는 상품의 구매력과 원가 경쟁력을 키우는 데 집중한 게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가격보다 ‘컬리만의 상품 경쟁력’을 고집하는 회사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다른 플랫폼이 상품 수천만 개를 판매하고 있는 것과 달리, 컬리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고객들이 선호할만한 단 3만여 개 상품만 취급한다. 그래서 입점하긴 어렵지만, 일단 판매를 시작하면 구매력이 큰 구조다. 최 부사장은 “컬리 고객은 좋은 상품을 누구보다 빨리 알아보고 이용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우리만의 강점이 있는 상품 경쟁력에 집중했다”면서 “PB나 컬리 온리 상품의 원가 경쟁력과 상품 풀을 늘린 결과 재구매율이 높아지고, 고객 단위당 소비액도 커졌다”고 밝혔다.
컬리의 충성 고객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컬리멤버스 고객의 잔존율은 85%가 넘는다. 최 부사장은 “현재 성장세를 고려하면, 컬리 이용자 1200만 명 중 절반 이상이 컬리멤버스를 이용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컬리멤버스 가입자가 늘면 락인 효과를 통해서 더 큰 성장 폭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사업인 뷰티컬리의 인기도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뷰티컬리는 지난해 론칭 1년 만에 거래액 3000억 원을 돌파했으며 누적 구매자수 400만 명, 주문 건수 600만 건을 넘어섰다. 최 부사장은 뷰티컬리를 출범할 당시를 회상하면서 “일각에서는 화장품을 굳이 새벽배송으로 구매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했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뷰티컬리가 잘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마켓컬리와 뷰티컬리의 소비 주체는 동일하고,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뷰티’를 이야기했을 때 떠오르는 버티컬 플랫폼이 없었기 때문이다. 컬리의 강점인 큐레이션 서비스와 컬리만의 포장 노하우, 명품과 인디브랜드를 모두 아우르는 양질의 상품 등도 뷰티컬리가 잘 된 이유다.
수익성 개선을 이뤄낸 컬리는 올해 다시 외형 성장에 힘 쓸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존에 운영하던 서비스를 대폭 확대한다. 먼저, 컬리는 올해 패션과 리빙 카테고리를 확장해나갈 방침이다. 이에 대해 최 부사장은 “패션은 팬덤이 형성되어 있는, 작지만 강한 브랜드가 많다”면서 “양질의 컨텐츠를 갖고 있으면서 컬리와 핏이 맞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카테고리를 확대해나가는 한편, 어느정도 규모가 형성되면 뷰티컬리처럼 버티컬 플랫폼으로 키워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컬리가 상품 검증·운영만 담당하고, 물류센터 보관·배송은 제조사가 담당하는 방식의 3P 서비스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이는 컬리가 기존까지 대부분의 입점 상품을 직매입해 판매·배송해온 것과는 다른 행보다. 최 부사장은 컬리가 수수료 기반의 3P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 “수익성 개선 떄문에 3P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오해를 많이 받는데, 사실 공급사 측에서 직접 배송 등이 가능한 3P 서비스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배송 서비스 등 퀄리티가 괜찮다면, 굳이 컬리가 직매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단순히 판매자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기존 오픈마켓과 달리, 컬리의 3P 서비스는 상품 검증기능을 강화해 컬리만의 상품 및 배송 퀄리티를 유지 중”이라면서 “기존 오픈마켓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향후 컬리는 3P 상품 비중을 현재 약 5%에서 10%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다.
새로운 사업에도 뛰어든다. 컬리는 올해 상반기 중 퀵커머스 사업을 새롭게 전개할 계획이다. 최 부사장은 “준비는 거의 다 됐는데 출시일은 확정이 안됐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작게라도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업계에서는 컬리의 퀵커머스 사업 진출에 대해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퀵커머스 사업에 드는 비용이 막대해서다. 이에 대해 최 부사장은 “일각에서는 고비용을 들여 굳이 당일 배송 서비스를 할 필요가 있냐는 시선도 있지만, 우리 고객들 사이에서는 컬리가 가진 차별화 상품을 내일 새벽이 오기 전 더 빨리 받아보고 싶다는 니즈가 있었다”면서 “상품군을 10~20개로 한정해 1시간 이내로 배달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상품에 대해 퀵커머스를 하려고 준비 중이라 난이도가 몇 배 더 어렵지만 성패 여부에 대해서는 고객들이 답을 알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컬리는 기존에 선보이던 HMR 상품 배송을 시간대만 바꾸는 거라 경쟁력 더 있다고 본다”면서 “컬리 물류 경쟁력으로 퀵커머스까지 가져가는 거라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영역도 일부 있을 것 같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