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광산기업인 호주의 BHP가 107년 전통의 영국 기반의 광산기업 앵글로 아메리칸의 인수를 추진한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올해 최대의 ‘메가 딜’이자 업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10년 만의 최대 거래로 기록될 전망이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앵글로 아메리칸은 이날 BHP로부터 ‘요청하지 않은’ 전액 주식 합병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앵글로 측 이사회는 제안을 검토 중이며 성사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회사는 또 BHP의 제안 검토는 남아프리카 백금 및 철광석 사업부를 분리하는 것이 전제 조건이라고도 덧붙였다.
BHP의 제안은 구리 사업을 확장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최근 광산업계는 전기차 및 에너지 전환 등으로 구리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구리 생산량 확대를 모색 중이다. 실제 구리 가격은 19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톤당 9749달러를 기록하는 등 1만 달러에 육박했다. BHP도 최근 구리 생산량을 확대하며 칠레 국영기업이자 세계 1위 구리 생산업체인 코델코의 지위를 위협해왔다.
앵글로 아메리칸은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에서 연평균 100만 톤 가량의 구리를 생산하는 등 주요 구리 생산업체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다만 보유하던 원자재 공장의 관리 및 유지 보수 등의 문제로 올해 예상 생산량을 예년 대비 20% 이상 줄인 70만~80만 톤 수준으로 낮추는 등 어려움을 겪어 왔다. 앵글로의 주가는 지난 1년간 12% 가까이 하락해 기업가치가 340억 달러(약 46조 8000억원) 규모로 위축된 상황이다. 런던과 시드니증시에 상장된 BHP의 기업가치는 1490억 달러(약 205조원)에 이른다.
블룸버그는 합병이 성사될 경우 단숨에 세계 1위 구리 생산업체의 자리를 꿰차는 ‘메가 딜’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앵글로의 복잡한 기업 구조 탓에 인수가 원활히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앵글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상장된 백금 생산업체 ‘앵글로아메리칸 플래티넘’과 철광석 업체 ‘쿰바 아이언’의 대주주이자 다이아몬드 회사 ‘드비어’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BHP의 인수 제안에 백금 및 철광석 사업부 분리가 우선이라고 조건을 내세운 것도 이런 지배 구조와 관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