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1기 신도시의 정비 대상 물량(주택 수)의 5~10%를 선도지구로 지정한다. 이에 따라 물량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분당·일산의 경우 최대 3~4개 단지가 선도지구로 선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선도지구로 지정을 받기 위해 주민 동의율이 가장 중요한 만큼 단지별 동의서 접수 경쟁이 한층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27일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이 같은 내용의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지정 계획을 25일 밝혔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은 1기 신도시 등 노후 도시가 재건축을 진행할 경우 안전진단 면제, 용적률 상향(법적 상한의 150%까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법 시행에 맞춰 1기 신도시 중 가장 먼저 재건축을 진행할 선도지구 선정 규모 및 기준을 이날 공개했다.
우선 국토부는 신도시별로 정비 대상 물량의 5~10%가량을 선도지구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과거 1기 신도시별로 최소 1개 이상의 선도지구를 지정한다는 방침을 밝혀온 국토부가 선도지구 물량을 단지 수가 아닌 가구 수로 구체화한 것이다.
이에 정비 대상 주택 수가 9만 7600가구인 분당 지역에서는 최대 약 9700가구, 6만 9000가구인 일산 지역은 최대 6900가구, 4만 가구 수준인 평촌·산본·중동은 각각 최대 4000가구 정도 선도지구 지정이 가능하다. 총 가구 수가 약 30만 가구인 5개 1기 신도시에서 올해 2만~3만 가구의 선도지구가 지정되는 셈이다.
최병길 국토부 도시정비기획준비단장은 “신도시별 주택 수의 약 5~10% 수준에서 선도지구가 선정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와 협의 중”이라며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신도시는 1~2곳, 많은 곳은 4곳까지 선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1기 신도시에서는 선도지구가 초미의 관심사다. 원자재 값 급등에 따른 공사비 상승으로 갈수록 정비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워 선도지구로 지정돼 하루라도 빨리 재건축을 진행하는 게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국토부는 선도지구로 선정되려면 주민들의 의견 합치(동의율)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가구당 주차장 대수 등 주민 불편 정도, 통합 재건축 규모 등의 다양한 항목이 고려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 단장은 “동의율이 비슷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감점 항목인 반대율을 신설해 변별력을 강화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구체적인 선도지구 규모 및 선정 기준을 다음 달 중순께 공개할 예정이다. 이후 6월에 공모를 받고 하반기에 선도지구를 선정할 계획이다.
선도지구는 올해만 선정하는 게 아니라 매년 일정 물량이 지정된다. 매년 2만~3만 가구를 지정하면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완성되기까지 10~15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올해 지정된 선도지구의 착공이 2027년, 최초 입주는 2030년으로 예정돼 있는데 정부의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되면 2045년께 1기 신도시 전체 재건축이 마무리되는 것이다.
선도지구 선정 윤곽이 나오면서 1기 신도시별 재건축단지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5곳 이상의 지구에서 통합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분당의 경우 재건축 관련 주민 설명회를 잇따라 개최하며 동의서 징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7769가구로 규모가 가장 큰 시범단지(삼성한신·한양·우성·현대)의 경우 80% 안팎의 동의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한솔마을 1·2·3단지(청구·LG·한일)는 아파트와 상가를 포함한 주민 동의율이 90%에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일산 단지들도 지난해부터 지자체 주도로 차근차근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고양시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시행에 대비해 지난해 선제적으로 재건축 사전 컨설팅 대상 단지를 공모해 분담금 추정 등 신속한 재건축 사업을 지원해왔다. 정비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규모가 가장 큰 강촌마을 1·2단지, 백마마을 1·2단지의 경우 동의율이 80%에 육박한 것으로 안다”며 “지난해부터 준비해온 만큼 주민들의 이해도가 높고 컨설팅 용역 결과도 앞두고 있어 어느 곳보다 속도가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에도 1기 신도시 재건축이 활성화될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별법을 통해 사업성을 높여주더라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담 등이 발목을 잡는다. 사업 개시 시점(조합설립인가)과 종료 시점(준공)의 시세차익도 문제지만 1기 신도시의 경우 일반 재건축단지에 비해 용적률 상향에 따른 수익이 커 재초환 부담금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용적률 인센티브에 따른 기부채납 비중이 커져 되레 사업성이 줄어든다고 판단할 경우 재건축이 지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