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지(26·NH투자증권)가 16번 홀(파4)에서 7m 남짓한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순간 이를 숨죽여 지켜보던 갤러리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그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갤러리를 향해 가볍게 인사한 후 다음 홀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투어를 지배했던 ‘대세’의 귀환을 알린 장면이었다.
박민지는 25일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CC(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 크리스에프앤씨 KLPGA 챔피언십(총상금 13억 원) 1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1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쳤다.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9위다.
3월 블루캐니언 레이디스 챔피언십 이후 약 한 달 만에 필드에 복귀한 박민지는 전반을 이븐파로 마치며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 4번 홀(파4)에서 1m 남짓한 파 퍼트를 놓치며 보기를 범했지만 7번 홀(파5)에서 깔끔한 버디로 만회했다. 후반 들어 살아난 퍼트를 바탕으로 타수를 줄여나갔다. 10번(파4)과 11번(파5), 15번(파5)과 16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순위를 끌어올렸다.
투어 통산 18승의 박민지는 2021년과 2022년 내리 6승씩 따냈고 지난 시즌에는 2승을 거뒀다. 삼차신경통을 앓고 있는 그는 “머리 오른쪽 윗부분만 아픈 병이다. 10만 명에 5∼6명만 있다고 하는데 젊은 사람들도 많이 걸리는 추세라고 한다”고 했다. 이어 “음식에도 신경 쓰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통증도 사라지고 더 좋다”고 설명했다.
국내 투어 5대 메이저 가운데 KLPGA 챔피언십과 한화 클래식 우승이 없는 박민지는 “우승은 어느 대회에서라도 하면 좋겠다. 그랜드슬램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면 좌절감이 클 것이기 때문에 너무 거기에 치우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대회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박현경(24·한국토지신탁)도 막판 4연속 버디로 힘을 내며 박민지·이정민·홍지원 등과 함께 4언더파를 적었다.
버디만 6개를 떨어뜨린 전예성(23·안강건설)이 ‘엄마 골퍼’ 박주영(34·동부건설)과 함께 6언더파 공동 선두다. 전예성은 2021년 7월 이 코스에서 열린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에서 연장 끝에 승리하며 데뷔 첫 우승을 했었다.
미국 메이저 대회 도전을 마치고 23일 저녁에 귀국한 방신실(20·KB금융그룹)은 박결·서연정 등과 5언더파 공동 3위에 올라 시즌 첫 승, 통산 3승 발판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