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식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부족한 국가는 제조업 중심의 성장 전략을 이어가야 합니다.”
전윤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 원장은 최근 서울 중구 KEIT 서울사무소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제조업에 대한 투자·지원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한국의 제조업·대기업 중심 성장 모델이 수명을 다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제조업 중심의 성장 전략은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한국 제조업 위기에 대한 지적은 30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며 “제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면 중장기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R&D)이 이를 위한 핵심 방안으로 제시됐다. 전 원장은 “정부와 기업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패권 경쟁을 거치며 공급망의 자기 완결성을 높여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며 “소부장 R&D가 여전히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소부장 조달 경로를 다원화하는 것은 공급망 자기 완결성의 핵심”이라며 “특히 제조업의 기초 기술은 기반이 한 번 무너지면 복원하기 어려워 R&D의 중요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제조업 혁신을 위해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적용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원장은 “AI를 활용한 자율 제조는 경쟁력 회복을 위한 해결 방안”이라며 “제조 프로세스도 AI 기반으로 전환해 생산성을 높이고 미래 생산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KEIT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AI 자율 제조 마스터플랜 수립과 핵심 기술 R&D 예비타당성조사를 추진하는 등 제조 공정 부문의 AI 혁신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 등과 관련한 공급망 안정화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전 원장은 “2차전지 양극재·음극재, 반도체 희귀가스, 희토류 등 수급 불확실성이 큰 첨단산업 품목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며 “R&D 지원을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수급 차질이 빚어졌던 제논·크립톤 등 반도체 특수가스의 제조 원천 기술을 확보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희소자원의 국산화 개발은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2022년 기준 70% 수준인 필수 소재의 특정국 의존도를 2030년까지 50% 이하로 낮출 계획”이라고 전했다.
R&D 예산 복원과 관련해서는 당위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 원장은 “기존의 정부 R&D가 관성적으로 진행돼 도전적 과제를 추진하기에는 아무래도 제약이 있었다”며 “예산 삭감은 R&D 시스템의 전면적 개편을 위한 예산 조정이었던 만큼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신규 R&D 사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R&D 과제 선정 평가에 신진 연구자의 참여를 대폭 늘리는 등 젊은 연구자들이 정부 R&D 과제에 참여할 수 있는 문호를 크게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