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이 1년 8개월 만에 90%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값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시세보다 저렴한 감정가에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경매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1~26일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90.8%로 전월보다 약 5%포인트가량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이 90%를 넘어선 것은 2022년 8월(83.7%) 이후 20개월 만이다. 경매 진행 건수가 300건에 육박한 가운데 낙찰률도 47.1%로 전월(34.9%)보다 크게 뛰었다.
특히 강남권을 비롯한 인기지역의 경매 물건이 늘어난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면적 207㎡는 감정가(78억 5000만 원)보다 높은 93만 6900만 원에 낙찰됐다. 이는 경매 시장 역대 최고가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60㎡도 감정가(16억 원)보다 비싼 18억 3500만 원에 주인을 찾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인 잠실 등 지역의 아파트를 경매로 취득한 경우에는 실거주 의무가 없다는 점도 낙찰가율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고금리 여파로 채무를 갚지 못해 경매로 나오는 물건이 늘면서 이달에는 강남권의 아파트 경매도 크게 증가했다”며 “최근 집값 상승으로 감정가가 시세보다 낮은 경우가 많아 고가 낙찰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일반 매매 시장의 거래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저가 매물이 사라지고 호가가 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060건을 기록했다. 신고기한이 이달 말까지인 것을 고려하면 2021년 7월(4680건) 이후 2년 8개월 만에 최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도봉구와 노원구 주요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60~70%대에 그치는 등 지역별로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대림’ 전용 59㎡는 감정가(6억 3600만 원)보다 낮은 4억 3800만 원에 낙찰됐다. 도봉구 방학동 ‘극동’ 전용 전용 84㎡도 감정가(5억 8500만 원)보다 낮은 4억 2111만 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72%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