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이달의 과기인상] '광학적 무반사' 실험 세계 최초 성공

■서민교 KAIST 물리학과 교수

'빛 정밀제어' 광학연구 기반 마련

휴대폰 화면 노이즈 차단도 가능

정밀 광학소자 개발 기여 기대도

서민교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교수. 사진 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서민교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교수. 사진 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5월 수상자인 서민교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교수는 세계 최초로 빛의 반사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 ‘광학적 무반사’ 현상을 실제로 구현하는 데 성공해 주목을 받았다. 서 교수는 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광학 연구는 스마트폰 이용에 비유할 수 있다”면서 “야외에서 강한 햇빛 때문에 스마트폰 화면이 잘 안 보이는 것처럼 광학 연구자가 측정하려는 빛 신호는 방해되는 주변의 빛, 즉 노이즈에 비해 세기가 매우 약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마트폰 화면에 무반사 코팅을 하듯 노이즈를 없애 원하는 광학 신호를 더 정밀하게 측정하고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는 데 이번 연구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의 연구 성과는 2022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광학은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학문이다. 이는 레이저부터 디스플레이의 발광다이오드(LED), 태양 빛을 전기로 바꾸는 광전지까지 빛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고 조절하는 광학 소자(素子) 개발로 응용된다. 소자가 점점 정교해지고 심지어 광자(빛 알갱이) 수준에서 빛을 제어하는 양자 광학까지 등장하면서 광학 연구자들은 더 미세한 빛을 다뤄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서 교수 연구팀이 구현한 광학적 무반사를 광학 연구에 응용하면 스마트폰 화면에 비치는 햇빛 같은 노이즈를 차단하고 화면 속 정보로 비유되는 원하는 빛만을 측정하고 조절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팀은 수학적 계산을 통해 반사율이 0이 되는 물질 구조와 두께 등 조건을 도출하고 이를 실험으로 확인했다. 반사 방지 코팅재처럼 지금도 물질 구조와 두께를 조절해 반사율을 낮출 수 있는데, 이를 극대화한 게 연구팀의 연구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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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교수의 연구 성과는 더 정밀한 광학 연구를 가능하게 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정밀 광학 소자가 개발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자역학의 원리를 응용해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인 양자 센서가 대표적이다. 빛이 양자역학적 특성을 가지려면 하나하나는 세기가 미세한 광자 단위로 제어돼야 하기 때문에 첨단 광학이 반드시 필요하다. 서 교수가 비유로 든 스마트폰 화면의 반사율을 낮추는 일 같은 일상적인 응용도 가능하다. 반사율이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디스플레이의 밝기가 높아져 전체적인 화질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서민교(가운데)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교수가 실험실에서 연구원들과 광학 실험 데이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서민교(가운데)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교수가 실험실에서 연구원들과 광학 실험 데이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다만 광학적 무반사는 아직 한 점(點)에서만 구현된 것으로 반사가 안 되는 일정 면적의 표면을 갖는 특정 물질을 만들어낸 수준은 아니다. 연구팀은 추가 연구를 통해 성과를 고도화할 방침이다. 서 교수는 “광학적 무반사를 구현하려면 준입자적 거동을 보이는 광학적 소용돌이라는 조건이 필요한데 응집 물리에서는 이런 소용돌이가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다”며 “아직 한 점에서만 광학적 무반사를 구현했지만 융합 연구를 통해 성과를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확률적으로만 일어나는 단일 광자 수준의 광학적 비선형성을 확정적으로 일으키는 방법을 찾는 연구를 시도할 계획이다. 여러 빛이 합쳐지면 단순히 그 세기가 더해지는 것을 넘어 크게 증폭되는 ‘비선형성’이 발생하는데 낱개의 광자는 양자역학에 따라 확률적으로 상태가 바뀌기 때문에 이 같은 비선형성을 원하는 대로 발생시킬 수 없다. 광자 수준에서 이뤄지는 양자역학 실험에 필요한 일종의 레이저를 포함한 비선형성 시스템을 구현한다는 게 서 교수의 다음 목표다.


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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