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들이 광고형 요금제 도입을 저울질하고 있다. 최근 OTT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확실한 실적 개선을 이끌 수 있는 ‘한 방’으로 광고형 요금제가 주목받으면서다. 기존 요금제 보다 가격이 저렴해 신규 이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데다 광고 수익도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웨이브와 왓챠 등 국내 OTT 업체들은 최근 광고형 요금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장기적인 논의는 계속돼왔으나 최근 OTT 경쟁이 심화되면서 사업부와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갔다”며 “서비스 시점 등은 협의 중이나 이르면 연내 도입도 가능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국내 OTT 업체들이 광고형 요금제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단연 실적 때문이다. 이들 기업 대부분은 내년을 실적 턴어라운드의 원년으로 삼고 올해부터 내실을 다지는 중인데, 최근 OTT 경쟁이 심화되면서 적자가 지속되자 이를 타개할 ‘묘수’가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토종 OTT 업체 중 처음으로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한 티빙의 실적이 한국 프로야구(KBO) 중계와 맞물려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이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한 3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690만 명으로, 전월(661만 명) 대비 29만 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규 앱 설치 건수도 3월 71만 건으로 전월(47만 건) 대비 1.5배 급증했다.
증권가에서도 티빙의 광고형 요금제 도입 효과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티빙의 실적은 2분기부터 계단식으로 성장하면서 2~4분기 손익이 전년 대비 200억 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웨이브의 경우 티빙과의 합병 이슈로 상반기 이후에나 광고형 요금제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 티빙과 웨이브의 모회사인 CJ ENM과 SK스퀘어가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합병 무산설까지 돌았으나 최근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복잡한 지분 관계에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했으나 최근 OTT 시장의 경쟁이 날로 심화하면서 두 회사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현재 상반기 내 본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넷플릭스에 대적할 거대 OTT가 탄생한다.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3월 기준 국내 시장에서 티빙과 웨이브의 합산 점유율은 34%로, 넷플릭스(35%)와 1%포인트 밖에 차이가 없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티빙과 웨이브는 겹치는 콘텐츠도 많고 이용자 성향도 비슷한 편”이라며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업계 1위인 넷플릭스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