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준의 다음 정책 행보가 금리 인상이 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올 들어 1분기 내내 예상을 웃도는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연준 안팎에서 떠오른 추가 금리 인상론을 사실상 부정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다만 연내 금리 인하가 없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이에 연준의 고금리 유지 기조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파월 의장은 1일(현지 시간)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발표 이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연준의 다음 금리 결정이 인상이 될 가능성은 낮다(unlikely)”라며 “지금 연준의 정책 초점은 통화정책을 얼마나 오래 제약적인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냐는 데 있다”고 말했다.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기 보다 현재 수준의 금리를 더 길게 유지하는 것이 연준의 기본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파월 의장은 “(금리를 인상하려면) 현재의 정책기조가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출 만큼 충분히 제약적이지 않다는 설득력있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그런 증거는 없다”며 “물가 지표나 인플레이션 기대, 그리고 다른 지표들을 모두 살펴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는 연준 내 매파를 중심으로 나오는 추가 금리인상론을 반박하는 발언이다. 지난달 초 미셸 보먼 미 연준 이사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싱크탱크 맨해튼 인스티튜트 주최 행사에서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멈추거나 반등한다면 향후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높여야 할 필요가 생길 위험이 있다고 지속적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도 “인플레이션이 계속 횡보한다면 금리 인하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파월 의장은 연내 금리 인하가 없을 가능성은 열어뒀다. 파월 의장은 “올해 (지난 3월 전망에서 제시한 대로) 3차례 금리를 내릴 시간이 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금리를 내리려면 물가에 대한 더 큰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 자신감을 갖는데는 시간이 걸릴 것 같고,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와 관련 파월 의장은 스태그플레이션(침체 속 물가상승)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일축했다. 최근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4분기 연율 3.4% 성장에서 올 1분기 1.6%로 떨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지적이 나왔다. 파월 의장은 “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은 적이 있는 데 당시 실업률은 10%였고 인플레이션은 한자리 대 후반, 그리고 성장률은 매우 느렸다”며 “이와 달리 지금은 성장률이 3%대로 꽤 견고하고 인플레이션은 3% 미만에 머물고 있다”고 반박했다. 파월 의장은 그러면서 “이것(스태그플레이션 우려)이 어디서 나오는 지 정말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릴 것이고, 현 상황에서는 ‘스태그’도 없고 ‘플레이션’도 없다”고 답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목표를 2%가 아닌 3%로 바꾸는 것이 적절치 않느냐는 취지에 질문에는 “3% 인플레이션에 만족하지 않는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이번 FOMC에서 5.25~5.5%이던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6차례 연속 동결이다. 연준은 성명문을 통해 “FOMC는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2%로 향하고 있다는 추가 확신이 들때까지 기준금리를 내리는 게 적절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최근 몇 개월 동안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2% 목표를 향한 추가 진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대차대조표 축소작업인 QT는 다음달부터 속도를 늦춘다. QT는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와 모기지담보증권(MBS) 등을 만기가 도래했을 때 재매입하지 않고 연준의 장부에서 털어내는 방식의 긴축 정책도구다. 연준은 “연준은 6월부터 국채는 월 600억 달러에서 250억 달러로 경감 속도를 줄인다”며 “기관부채와 MBS는 지금과 같이 월 경감액 목표를 350억 달러로 유지한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연준의 월 QT 목표 금액은 950억 달러에서 600억 달러로 줄어든다. 파월 의장은 “대차대조표 축소 속도를 줄이는 것은 월활한 정책 전환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자금 시장이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