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국채쇼크에 비둘기색 짙어져…"올 금리인하 여부는 확신 못해"

[美 6연속 금리 동결]

◆ 금리인상 선 그은 파월

매파 우려하던 금융시장 달래기

연내 인플레 개선 추가 진전 기대

美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일축

월가선 7월·12월 인하 전망 늘어

韓 인하 시점은 내년까지 밀릴수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연준 사옥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준은 이날 5.25~5.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6월부터 양적긴축(QT)의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AFP연합뉴스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연준 사옥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준은 이날 5.25~5.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6월부터 양적긴축(QT)의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AFP연합뉴스






올 들어 1분기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가 멈추면서 월가에서는 현재 기준금리(5.25~5.50%)가 물가를 누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구심이 커졌다. 이에 1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연준이 테이블에 금리 인상을 올릴지에 모아졌다.



뚜껑을 열어보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비둘기에 가까웠다. 파월 의장은 이날 열린 FOMC 정례회의 기자회견에서 “연준의 다음 금리 결정이 인상이 될 가능성은 낮다(unlikely)”며 “(금리를 인상하려면) 현재의 정책 기조가 충분히 제약적이지 않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그런 증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대신 ‘고금리 장기화’를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높은 조건을 내건 반면 인하 가능성은 열어둔 셈이다. 파월 의장은 “올해 금리 인하가 있을지 없을지는 확신하지 못한다”면서도 “개인적인 전망으로는 올해 인플레이션에 대한 추가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 개선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언급했다.



경제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우선 최근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잠재성장률 이하인 1.6%로 떨어지면서 일각에서 제기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은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은 적이 있는데 당시 실업률은 10%였고 인플레이션은 한 자리대 후반, 그리고 성장률은 매우 느렸다”며 “지금은 성장률이 3%대로 꽤 견고하고 인플레이션은 3% 미만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이런 우려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현 상황에서는 “‘스태그’도 없고 ‘플레이션’도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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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개선이 정체된 시점에 파월 의장이 비둘기파 입장을 낸 데 대해 월가는 국채시장을 그 배경으로 보고 있다. 최근 미 국채는 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 우려로 매도세가 이어지는 양상이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달 말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4.7%를 넘어섰다. 국채금리 급등은 상업용 부동산 부실 등 금융시장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실제 2022년 9월 영국 연기금 위기와 지난해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등은 모두 국채금리 급등의 부작용이다. 이에 연준은 지난해 10월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찍으며 금융시장의 부담이 커질 당시 비둘기파적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추가 금리 인상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이던 지난해 11월 FOMC 당시 파월 의장은 “추가 인상 여부는 지표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며 금리 동결을 선택했다.

이날 파월 의장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일축한 것과 닮은 꼴이다. 씨티그룹의 전략팀은 연준의 행보에 대해 “시장이 지나치게 겁을 먹는 상황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전날 오후 4.69%까지 상승했지만 FOMC 회의 결과 발표 이후 하락 전환해 한때 4.58%로 떨어졌다.

파월의 ‘비둘기파 메시지’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빌 더들리 전 뉴욕연은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채권금리가 낮아지고 주식이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이 완화하면 경제 성장을 떠받치게 된다”며 “경제가 좋아지면 연준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고금리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2차례 금리 인하 전망이 커지는 분위기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파월 의장이 연내 인플레이션 개선 기대를 가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7월과 12월, 총 2번의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던 전망이 보다 강화됐다”고 말했다. 내셔널와이드보험의 케이시 보스찬칙은 “파월은 여전히 올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보고 있다”며 “다만 올해가 벌써 3분의 1이 지났기 때문에 세 차례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계속 뒤로 밀리면서 한국의 금리 인하 시점도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원·달러 환율과 물가가 불안한 만큼 미국보다 먼저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지난달 16일 장중 1400원을 찍은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1370~1380원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자극해 국내 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국제유가와 농산물 움직임도 변수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한은이 미국을 보고 10월이나 11월 금리를 인하할 수 있지만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물가는 농산물 가격과 유가 등에 리스크가 남아 있어 인플레이션의 안정화 추세를 충분히 확인하기 위해서는 아직 몇 달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며 “한국은 3분기보다 4분기에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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